[김태우] 북 겨냥하는 미국의 정보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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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립이 깊어지는 가운데 북한 정권이 내부와 외부의 세찬 도전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부적으로 궁핍과 공포정치가 만연한 상태이면서도 북한은 현재 지구상에서 핵실험을 지속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들을 무시한 채 9월 9일 다섯 번째의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북한 대 세계’라는 대결구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의 노골적인 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긴박한 대응을 보이고 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국민의 과반수가 자위적 핵무장에 찬성하고 정치인들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견제하기 위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핵공격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고 지하 군사시설들을 파괴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Korean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한미동맹 차원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지고 있는데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할 때마다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전투기, 항공모함 등의 전략자산들을 한반도에 전개시킴으로써 북한이 핵도발을 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일환으로 10월 10일부터는 한반도의 동해, 서해 그리고 남서해에서 한미 양국의 함정 50여 척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해군훈련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선제공격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의 조야에서 풍계리의 지하 핵실험장, 영변의 핵연구단지, 미사일 발사장 등을 선제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GfK Custom Research 사에 의뢰하여 실시한 미국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미국이 대북 압박강도를 높이기 위해 비군사적 수단들을 적극 동원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9월 미국 정부는 전 세계 미국 공관에 주재국 정부에게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북한과의 외교경제 관계를 격하할 것을 요청하라고 지시했는데, 이에 앞서 한국의 윤병세 외교장관은 9월 1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헌장을 상습적으로 위배하는 북한의 유엔회원국 자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금까지 십수 개 국가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격하하거나 단절했습니다. 우간다와 남아공은 북한과의 군사관계를 단절했고, 몰타와 폴란드는 북한 노동자의 비자 연장을 중단했으며, 보츠와나공화국의 모크위치 마시니 부통령은 9월 23일 유엔연설에서 “악당국가와의 외교관계를 끝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앞서 우즈베키스탄은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폐쇄했고, 파키스탄과 태국은 북한 고려항공사 항공기의 착륙을 금지했습니다.

미국은 인권폭탄과 정보폭탄도 준비 중입니다. 지난 7월 6일 미 국무부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인 2월에 채택한 대북제재법 HR 757에 의거하여 ‘북한인권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는 북한의 권력기관들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하고 향후에도 ‘북한정치범수용소 보고서’ ‘북한 인권개선 전략보고서’ 등을 통해 인권압박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서 9월에는 국무부가 다양한 대북 정보유입 방안들을 담은 보고서를 밥 코거 미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제출했습니다.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로 분류되었지만 북한주민들에게 정권의 실상을 바로 알리기 위해 정보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즉 휴대전화, 라디오, 이동식 저장장치(USB), DVD 등을 통해 북한주민에게 외부 소식, 외국 영화, 한류 드라마 등을 유입시키는 방안, 북한주민이 외부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단파라디오 출력을 높이는 방안, 무인기를 띄워 북한주민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지금 북한은 한미 양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로부터 군사, 경제, 외교,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입체적인 압박을 받고 있으며 특히 북한을 겨냥하는 인권폭탄과 정보폭탄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북한당국의 통제에 막혀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체제의 존립을 뒤흔드는 폭발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물론 이러한 압박과 고립은 평양정권 스스로가 초래한 것입니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약속한다면 금방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