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한∙미∙일 해군훈련을 위해 함재기들을 가득 실은 상태로 호위함들을 거느리고 부산에 입항한 것은 지난 9월 23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 동안 한반도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긴장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일곱 차례에 걸쳐 총 12기의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북한은 9월 25일 평북 태천에서 단거리 미사일 1기를 동해 쪽으로 발사한 것을 위시하여 9월 28일 평양 순안에서 단거리 미사일 2기, 9월 29일 평남 순천에서 단거리 미사일 2기, 10월 1일 평양 순안에서 단거리 미사일 2기, 10월 4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2호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1기, 10월 6일 평양 삼석에서 단거리 미사일 2기, 10월 9일 강원도 문천에서 단거리 미사일 2기 등 연거푸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특히 10월 4일에 쏜 화성 12호 중거리탄도미사일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상 각도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일본 혼슈 북단의 아오모리현 상공을 통과하여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비행거리 4,500km, 고도 970km, 최고 속도 마하 17 등을 기록한 후 태평양에 떨어졌는데,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3,400km인 점을 감안하면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군도 즉각 대응적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10월 4일 한국군의 F-15K 4대와 미공군의 F-16 4대로 공격 편대군을 편성하여 서해에서 GPS유도 정밀폭탄인 JDAM으로 폭격 훈련을 실시했으며, 5일에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연합으로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로 동해상의 가상표적을 타격했습니다. 모두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원점을 타격하는 훈련이었습니다.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레이건함도 즉각 반응을 보였습니다. 레이건함은 9월 30일부로 대잠수함 연합훈련을 마치고 일본 근해로 이동한 상태였는데, 중거리미사일 발사 직후인 5일 뱃머리를 돌려 동해로 회항하여 6일과 7일에 미사일 요격을 위한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 항모가 훈련을 마친 후 추가적인 사태로 인해 훈련장소로 회항하여 다시 훈련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또 다시 재대응 조치를 취했습니다. 10월 6일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공중 무력시위까지 벌인 것입니다. 이날 오전 북한은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외무성 공보문을 통해 “미국이 항공모함 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동해에서 한∙미∙일 3국이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던 오후 시간에는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로 시위성 편대비행을 한 후 서울에서 110km 떨어진 황해도 곡산 일대에서 공대지 사격훈련을 벌였습니다. 물론 한국 공군도 F-15K 등 전투기 30대를 출격시켰습니다.
이번 사태를 종합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선 북한이 매우 다양한 미사일들을 매번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비행거리로 발사했는데,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에서 대응과 재대응을 반복하면 위기가 ‘확전의 사닥다리(ladder of escalation)’를 타고 무한정 고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문제의 출발점은 북한의 핵무력 증강과 미사일 도발입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삼국 해군훈련이 실시되기 이전까지 북한은 금년에만 19차례에 걸쳐 총 41기의 미사일을 쏘았고, 9월 8일에는 ‘핵무력 정책법’ 제정을 통해 핵사용 전략을 천명하고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 원칙까지 선포했으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에서는 제7차 핵실험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 일본, 미국 등의 움직임에 대해 적반하장격으로 사사건건 시비를 하면서 금년에만 26회에 걸쳐 53기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나 그 후에 있을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생각하면, 이번 북한의 미사일 폭주로 인한 긴장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기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평양 당국이 자신들의 핵행보가 세계 비확산체제의 붕괴와 유엔의 무력화를 초래하는 반평화적 행동임을 유념해주면 좋겠습니다. 10월 4일 중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안보리 이사회가 소집되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 이사국 전체가 “북한이 거듭된 도발로 위기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규탄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 보고 세계가 북한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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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