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10.23
[김태우]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가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훈련받고 있는 모습, 러시아 국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되어 있는 군사기지, 북한 군인들이 보급품을 수령받는 모습 등이 위성 사진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0 2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격앙된 목소리로 북한군 파병에 대한 서방세계의 대응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급히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었으며, 나토의 마르크 뤼터 신임 사무총장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 공유를 요청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서울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여 유감 표명과 함께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했으며, 국회에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북한군 파병을 규탄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단계적 대응을 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불량국가의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이 전쟁에 뛰어 들어 '적극적인 교전 당사자(active belligerent)'를 자처한 북한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우선,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것이 전쟁의 확전이나 장기화를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하며 북한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병력 부족, 무기 부족, 탄약 부족 등을 보완할 수 있어서 전세가 바뀌고 전쟁을 단축시킬 것으로 보는가 하면, 다른 전문가들은 미국과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전쟁자원을 제공할 것이어서 소모전 형태의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북한군의 역할에 대해서도 엇갈리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전투 경험이 없기 때문에 최전선에 투입되기보다는 공병, 운전, 참호 파기, 차량 수리 등과 같은 지원 업무에 투입될 것이므로 전세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고, 반대로 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군에 122mm·152mm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 막대한 양의 무기를 제공해온데 더하여 이번엔 전투병력까지 투입하는 것이므로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압박을 주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는 과거 내전이나 이번 전쟁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군인들이 많아 북한군이 최전선에 배치된다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당국자들이나 분석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이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인민들에게 나누어 줄 식량을 원한다”, “퇴역을 앞둔 러시아군의 재래 무기체계들을 넘겨받아 군사력을 증강하려 한다”, “북한군의 실전 경험을 쌓으려 한다등 여러 말들이 나오지만, 그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 및 기술을 제공받으려 한다는 우려가 더 많습니다. 즉 북한이 정찰위성용 고첨단 카메라, 핵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탄의 재진입 및 다탄두 기술 등을 제공받으면 북핵의 고도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그런 중에 평양 정권이 가장 원하는 것이 돈일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극심한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에 모병사무소를 차려 놓고 계약병들을 받고 있는데 1년간 월급과 근무장려금을 합쳐 약 5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으며, 50세가 넘는 고령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전사하는 경우 약 7만 달러의 보험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통상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월급의 일부만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정부에 바쳐야 하는데, 우크라전 파병군에도 이 방식이 적용되고 2만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군 계약병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일년에 약 10억 달러의 거금이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게 되며, 전상자가 많이 나온다면 금액은 더 커질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북한 당국의 속셈이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만약 정말 돈을 벌 생각으로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을 파병하는 것이라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나라의 젊은이든 젊은이들이 전장터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매우 애석하고 아까운 일입니다만, 국가가 돈을 벌기 위해 젊은 목숨들을 희생시킨다면 더더욱 가슴 아픈 일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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