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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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교황은 한국의 400만 명을 포함한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이기 때문에 그만큼 상징성이 큰 세계적 지도자입니다.

교황의 방북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13일부터 7박 9일간 유럽을 순방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를 펼쳤습니다. 교황청 방문도 주요 일정 중의 하나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과 북의 노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묻자, 교황께서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교황이 사용한 표현은 ‘available’ 이었는데, 이는 “시간적으로 가능할 것 같으므로 한번 생각해보자“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교황청이 실제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교황의 방북을 검토하고 있는지 또는 북한 당국이 실제로 초청장을 보낼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교황이 종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많은 천주교인들의 기대감을 자아내는 빅뉴스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럼에도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교황이 해외 나들이를 하는 주 목적은 선교이기 때문에 북한도 선교가 가능한 나라임을 보여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종교의 자유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신앙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말하며, 1948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서도 “모든 사람은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도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고,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개신교회로는 1988년에 세워진 평양의 봉수교회가 있고, 가톨릭 교회로는 역시 1988년 평양에 건립된 장충성당이 있습니다. 봉수교회는 한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지원으로 2007년에 1,000여 석의 예배실을 갖춘 새 교회로 재건축되었습니다. 사실상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은 북한에 있는 유일한 개신교회와 성당이며, 이곳을 다녀온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대외 선전용 시설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둘째, 교황의 방문에 앞서 북한은 1950년 6.25 전쟁을 전후하여 자행된 천주교에 대한 박해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주교에 관한 한 한반도는 순교의 땅입니다. 18세기와 19세기를 통해 천주교는 모진 박해를 당했고, 왕정체제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신자들이 참수형과 능지처참형을 당했던 곳입니다. 분단과 함께 이런 일은 20세기에도 반복되었습니다. 북한은 6.25 전쟁 전 북한에서 그리고 전쟁 중 점령지에서 수많은 사제들과 수녀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습니다. 이들 중에는 총살당하거나 옥사하신 분들도 있고, 박해 속에 병사한 분들도 많으며, 납치되어 참살당하거나 행불(行不)이 된 사제와 수녀들도 많았습니다. 북한이 진정 교황께서 방문하여 평화와 치유의 기도를 드리기를 원한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입장정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황은 치유와 평화와 사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해서도 기도문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상처를 치유하여 형제적 사랑을 회복하자”고 강조했고, “한민족이 60년 이상 겪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종식시키자”고 호소했습니다. 현재로서 교황의 북한 방문과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이지만,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가톨릭 신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입니다.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기대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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