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테러와 이스라엘의 응징 작전으로 촉발된 현 팔레스타인 사태가 제5차 중동전쟁 또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음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은 지금도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마스의 배후 국가로서 테러 공격을 기획·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이 연일 참전을 경고해 왔고,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도 사태 발발과 함께 팔레스타인 지지를 천명했습니다. 심지어 나토(NATO) 회원국인 터키(튀르키예)와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스라엘의 응징 작전이 가져올 민간인 희생을 이유로 들어 텔아비브를 비난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방했고,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을 지원하는 '뒷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하마스에 상당 분량의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원하는 독재국가들이 이슬람권의 반미·반이스라엘 분위기에 편승하여 더 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는 지금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것이냐 아니면 팔레스타인 지역 내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소탕 작전으로 국한될 것이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이며,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확전보다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지금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의 허리를 차단하고 북부에 갇힌 하마스 세력을 소탕하는 지상 작전을 강행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경고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즉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서 자신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 즉 친이란(Iran) 무장세력,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민병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에게만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이에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은 행동에 나서는 시늉만 내고 있습니다. 산발적인 로켓 또는 미사일 공격을 하고 있을 뿐 하마스가 간절히 원하는 제2 전선을 만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지역 분쟁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미국과 나토가 두 개의 항모전단과 연합함대를 보내는 등 '확전 불허'를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는 점,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정규전에서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점, 이집트와 요르단 등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대이스라엘 군사행동 대열에서 완전히 이탈한 상태라는 점 등 군사적 균형 차원에서 우선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과거 중동전쟁 때와는 달리 이슬람 세계가 이런저런 방식으로 분화되어 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즉 무슬림 중에는 하마스식 강경 저항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이스라엘과의 공생을 지지하는 온건주의자들이 많으며, 이슬람 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경쟁도 여전합니다. 이란은 수니파인 하마스까지 지원하면서 이슬람 전체의 맹주가 되기를 원하지만, 수니파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많이 다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하는 미사일이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체도 분열돼 있습니다. 자치 정부가 있는 서안 지방을 통치하는 정파인 파타(PATA)는 이스라엘의 생존 자체를 거부하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는 노선이 다른 온건주의자들이며, 가자와 서안 지역 양쪽에는 ‘피의 복수와 파괴'를 불러오는 하마스식 테러 공격에 진저리를 내면서 하마스의 소멸을 원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자치 정부나 하마스의 부패에 대해 불만을 가진 주민들도 많습니다.
어디에 살든 무슬림이라면 샤하다, 살라타, 자카트, 사움, 성지 순례 등 다섯 가지 의무를 행합니다. 샤하다는 절대신은 오직 알라뿐이라는 신앙고백이며, 살라타는 하루 5회씩 메카를 향해 절하는 것이며, 자카트는 수입의 2.5%를 가난한 자를 위해 내놓아야 하는데 교회의 헌금과 같습니다. 사움은 라마단 금식 기간을 준수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모든 무슬림은 일생 동안 한 번은 사우디의 메카로 성지순례를 해야 합니다. 오늘날 서부 아프리카에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57개국에 19억 명의 무슬림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5행을 실행하면서 거대한 이슬람 사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마스는 전 세계의 모든 이슬람 형제들이 달려와서 싸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별, 종파별로 입장들이 많이 다릅니다. 살인하고 테러하는 것이 이슬람의 가르침도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외부 국제기구와 이슬람 국가들이 제공해 준 원조로 테러 무기를 사고 땅굴을 팔 것이 아니라 박정희식 ‘경제 살리기’를 추진했더라면 팔레스타인도 지금쯤 상당 수준의 삶을 누릴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식량 부족 사태를 눈앞에 두고서도 연일 미사일과 정찰위성을 쏘아대는 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