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54차 한미 국방장관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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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 국방장관이 11월 3일 워싱턴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즉 정례 한미국방장관회담을 갖고 19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내용이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기간 중에는 대체로 무력행동을 자제하면서 ‘북침연습’이라는 비난전을 펼치곤 했습니다만 최근 대응 방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9월 하순 한미일 해군훈련을 시비하면서 연일 미사일을 쏘고 위협비행을 했고, 10월 31일부터 한미 연합공군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실시되자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이번 한미일 및 한미 공군 훈련을 시비하면서 17차례에 걸쳐 총 58기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그 중에는 11월 2일에 쏜 ‘화성17호’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탄급 미사일도 포함되었습니다. 물론 이 미사일은 2단 분리 후 동해로 낙하하여 한국 합참은 실패한 발사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강력한 대응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분석 중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지난 9월 ‘핵무력 정책법’의 제정과 함께 ‘핵강국 코스프레’를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즉 이제 당당한 핵강국 반열에 올랐으므로 대담한 행동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는 분석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최근 남쪽의 연합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의 불안감도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첨단 군용기 240여 대가 동원된 한미 공군훈련에 북한이 불안감을 느낀 것은 당연하며 특히 수뇌부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미군은 지난 10월 23일 세계 최강의 무인공격기로 알려진 MQ-9 리퍼 8대를 운용인력 200여 명과 함께 일본 가고시마현 가노야 해상자위대 항공기지에 실전 배치하고 제319원정정찰대대(ERS)를 창설했는데, 정찰과 공격은 물론 요인 암살무기로도 잘 알려진 이 드론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20년 1월 3일 미국은 이 무인기를 사용하여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Quds)군 사령관 가셈 술레이마니 장군을 제거했는데, 당시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바그다드 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옮겨 타고 공항내 도로를 이동하던 중 MQ-9 리퍼가 발사한 헬파이어 미사일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나온 제54차 한미 국장장관회담의 공동성명은 현 안보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동성명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의 공동원칙 확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와 협력, 주한미군의 현 전력 수준 유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연합연습 확대 및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 우주 및 사이버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상호운용성 강화에 중점을 둔 국방연구 및 방산 협력,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한미일 안보협력의 지속적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의 한미 간 합의를 담아냈습니다. 특히, 제3항은 최근 북한의 위험한 행동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대응책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3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인한 긴장고조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 첨단 재래 군사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력’으로 한국에 확대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나 핵사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도 담았습니다. 또한 3항은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한반도에 전개하고 북한의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미 전술핵 재배치 등 추가 조치들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대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annually)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 공동성명은 가중되는 북한의 핵위협과 무력시위에 대한 한미 양국의 강력한 대응 결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회견을 통해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수준에 준하도록 전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즉 한미동맹이 철통같고 핵우산을 포함한 확대억제가 확고하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발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 핵우산 강화, 한미 연합훈련 확대, 미 전술핵 재반입 가능성 시사,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 부상 등은 모두 북한이 원하지 않는 사태들입니다. 북한은 이런 사태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사용 전략 표방, 대남 선제 핵사용 불사 선언, 빈번한 미사일 발사, 제7차 핵실험 준비 등 그동안 자신들이 해온 일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