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핵경쟁 시대 다시 도래하나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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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핵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핵경쟁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세계 핵질서는 1970년에 발효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위시한 각종 조약, 협정, 장치들에 의해 유지되어 왔습니다. NPT는 핵무기가 이 나라 저 나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67년까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나라는 핵무기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한 국제적 약속이며, 한국은 1975년에 그리고 북한은 1985년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조약을 강대국의 기득권만 보호하는 불평등 조약이라며 탈퇴했고, 자위를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며 핵무기를 만들었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세계에는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가진 나라가 무척 많습니다. 이들이 NPT를 준수하면서 핵보유를 자제해온 것은 핵확산을 막아서 인류를 안전하게 지키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NPT 말고도 핵확산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약들은 매우 많습니다. 대기권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PTBT)도 있고,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나 핵물질의 확산을 금지하는 협정들도 많으며, 1996년에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도 체결되었습니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자들이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라는 장치도 작동 중입니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온 미국과 구소련도 다양한 조약을 맺어 핵군비를 통제하는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1987년에 체결한 중거리핵폐기조약(INFT)는 미국과 구소련이 지상에 배치된 사거리 500~5,500km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전면 폐기하기로 한 조약으로서 획기적인 핵군비통제로 평가받았습니다.이 조약으로 유럽에 배치되었던 2,692기의 중거리 핵미사일들이 모두 폐기되었습니다. 이렇듯 세계는 안정적인 핵질서의 유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핵질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중거리핵폐기조약의 파기를 경고하다가 2019년 8월 2일부로 파기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습니다. 우선은 러시아가 조약을 위배하면서 중거리핵병기들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고, 중국은 이 조약의 서명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핵무기를 증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음속 20배 이상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핵추진장치를 부착하여 세계 어디까지도 갈 수 있는 신형 수중드론, 초음속 순항미사일,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등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북한도 이 조약의 파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핵군비통제와 관련한 모든 조약과 협정에 가입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북한은 현재 그 어떠한 조약에도 가입하고 있지 않으며 유일하게 가입했던 NPT마저 2003년에 탈퇴함으로써 사실상 국제핵질서의 무법자가 되었습니다.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으로 세계 모든 나라들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중에 북한 만이 유일하게 2006년에서 2017년까지 여섯 차례나 핵실험을 했습니다.

북한은 “우리도 핵무기를 가졌으니 대등한 입장에서 다른 핵보유국들과 핵협상을 하겠다” 라고 주장하지만, 단순히 핵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국제 핵질서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NPT가 인정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유엔이 북한을 제재하고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결의들을 채택한 것은 북한에게 그런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아직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기존의 핵질서를 지키고 싶어한다는 뜻이며, 멀리 보면 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진정 북한과 같은 무법자 국가들 때문에 핵질서가 붕괴하고 만인의 만인에 의한 만인에 대한 핵경쟁 시대가 도래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존재감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를 포함한 이 세상은 모두에게 더욱 위험한 장소가 되고 말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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