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프란치스코 교황 일본에서 핵평화 메시지를 발표하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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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교황은 2차대전때 원폭을 맞은 나가사키를 방문하여 기념공원에 헌화한 뒤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향한 희망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핵무기 폐기에 모든 사람과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일본에게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 것입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이란 2017년 7월 유엔총회가 채택한 국제협약으로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핵무기 관련 모든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기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핵질서를 관장하는 것은 1970년에 발효된 핵무기비확산조약(NPT)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조약이 완전한 비핵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NPT가 공인한 5대 핵보유국 이외에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 4개 나라가 핵을 보유한 상태이며 특히 북한의 핵무기 증강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조짐이 기존의 핵질서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7년에 설립되어 스위스에 본부를 둔 ICAN이라는 단체가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유엔총회가 이 운동을 인정하여 채택한 것이 바로 TPNW 즉 핵무기금지조약인 것입니다. ICAN은 100여개 국의 비정부단체들의 연합체로서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의 약칭으로서 ‘핵무기 폐기를 위한 국제운동’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에 감명을 받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ICAN을 2017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는 "핵무기 사용이 인류에 초래할 재앙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조약에 근거한 핵무기 금지를 달성하기 위해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인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매우 멀어 보입니다. 핵무기금지조약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당시 유엔회원국은 193개국이었지만 이중 122개 국만이 서명했으며, 아홉 개의 핵보유국들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한국, 일본 등도 모두 불참했습니다. 현실적인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핵억제력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국가들이 모두 불참한 것입니다. 때문에 핵무기금지조약은 상징성이 큰 국제협약이지만 이것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대체하고 핵 없는 세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인류를 핵공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은 진실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조약을 기만하거나 위배하면서 핵을 만드는 ‘불량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이런 조약을 믿고 핵을 폐기하는 나라는 일방적인 위험에 처하게 되며, 이와 관련하여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는 북한입니다. 원폭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금지조약을 외면하는 주된 이유가 북한인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의 생산을 지속하고 핵을 탑재할 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그래서 동맹국의 핵보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전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인 교황은 과거에도 핵무기의 위험성과 관련하여 메시지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1982년 6월 7일, 당시 요한 바오로 2세(John Paul II) 교황은 유엔총회와 유엔군축회의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현실적으로 핵억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세계는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매진해야 한다고 설파하여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에 화답하여 미국의 가톨릭 주교들도 1983년 무차별적 파괴를 가져오는 핵무기의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며 핵억제라는 것도 핵폐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파했습니다. 그것이 유명한 Pastoral Letter 즉 ‘주교들의 편지’ 였습니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또 다시 핵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발표한 것입니다. 하지만 핵 없는 세상을 원하는 교황의 바램이 곧바로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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