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2023년 세계 10대 안보이슈
2023.12.20
‘토끼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끝자락에서 되돌아보는 한 해가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는 없지만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세계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중차대한 안보 문제들로 얼룩진 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10대 세계 안보 뉴스를 선별해보고 다가오는 갑진년(甲辰年)의 안보 지형을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꼽는 2023년 첫 번째 세계 안보 이슈는 ‘신냉전의 심화와 새로운 악의 축 세력의 부상’입니다. 현재 중국은 모든 지역, 모든 공간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란은 중동에서 그리고 북한은 한반도에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서방의 학자들은 이들을 ‘전제주의 축(axis of tyrannies)’ 또는 ‘새로운 악의 축(new axis of evil)’이라고 부릅니다.
둘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반전’입니다. 2022년 초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토(NATO)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면서 러시아군은 고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후반부터 전세는 다시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여기에 북한이 제공한 백만 발 이상의 탄약과 재래무기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셋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중동 질서의 재편 조짐’입니다. 이 전쟁은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테러로 시작되었지만 더 크게 보면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세력들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이며, 이들은 북한제 무기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이 전쟁을 통해 중동의 질서를 재편하고 이슬람의 맹주로 부상하려고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세력과의 세대결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넷째는 ‘세계 핵질서의 붕괴 위기’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외면하고 핵무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란도 핵무장에 접근하고 있어 핵확산 우려가 커진 상태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연거푸 핵사용을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가 미ㆍ러 간의 전략핵무기를 제한한 신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 2010)에서 탈퇴하고, 대부분 나라들이 핵실험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포괄적핵실험조약(CTBT, 1996)에서도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핵전쟁 가능성과 핵 아마겟돈 즉 지구종말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유엔의 붕괴 위기’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철수를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은 중ㆍ러의 거부권 행사로 줄줄이 무산되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이슈는 ‘군비경쟁 시대의 재개막’입니다. 1991년 소련연방 해체와 탈냉전으로 군비감축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악의 축’ 국가들의 군비증강과 무력 과시로 유럽, 아시아 태평양 그리고 중동에서 군비경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방비는 연 7%내외의 증액을 지속하여 금년에 1조 5537억 위안(293조 원)에 달했으며, 이에 대항하여 미국은 2024년 국방비로 역대 최대인 8천 420억 달러(1,111조 원)를 책정했습니다. 일본은 2027년까지 11조 엔(96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고, 나토국가들도 국방비를 10년 내 GDP 대비 2%대로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폴란드는 GDP대비 2.4% 수준에서 4%로 늘리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높아지는 전랑(戰狼) 외교의 파고’입니다. 전랑이란 ‘늑대전사’를 뜻하며, 중국이 무력을 앞세운 거친 방법으로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면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있음을 의미합니다. 2023년에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함께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기 때문에 전랑외교가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최근 필리핀과의 도서 분쟁에서 보듯 중국의 압박외교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의 거목’으로 불리면서 60년 간 학자·외교관·정치가로 활약했던 헨리 키신저 박사, 전 미국 국무장관이 향년 100세로 11월 29일 타계한 것이 여덟 번째의 이슈입니다. 한 개인의 죽음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가 펼친 ‘강대국 정치’가 현재의 국제질서를 탄생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친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키신저의 견해에 따라 중국을 개방시키고 잘 살게 만들어 주면 국제규범을 지키는 친절한 국가가 될 것으로 믿고 그렇게 했지만, 중국은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면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는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의 석유분쟁과 전쟁 발발 위기’입니다. 가이아나는 인구 80만 명에 한반도 크기의 국토를 가진 빈국이지만, 2015년 석유가 발견됐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가이아나 영토의 75%에 달하는 에세키바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국민투표를 통해 이 지역을 합병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 열 번째 이슈는 ‘국제질서의 재편 움직임’입니다. ‘새로운 악의 축’ 세력이 득세하여 자유민주주의 세력 주도로 만들어진 현 국제질서에 변화가 온다면 당연히 국제질서의 재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서방 세력이 그러한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유엔을 대체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해상교통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체제를 탄생시킨다면 그 또한 국제질서의 재편이 될 수 있습니다. 현 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향후 어느 방향의 변화가 도래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으로 2023년을 뜨겁게 달군 세계 10대 안보이슈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만, 이중 상당수는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지거나 악화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위기를 발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의 안보 전망도 결코 밝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여러 가지 안보 이슈들에 북한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신냉전 대결구도에서 전제주의 세력의 중요한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는 핵질서 붕괴나 유엔 체제 붕괴 조짐의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영향력이 세계적이라고 평가해야 할지, 아니면 주민의 곤궁한 삶을 외면한 채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