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 대선 겨냥한 북한 군사 행보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09.25
[김태우] 미 대선 겨냥한 북한 군사 행보 북한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9월은 추석이 있는 달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제사를 지내고 성묘도 하며 온 가족이 만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올해 추석 연휴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인천공항에서만 120만여 명이 출국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두고 온 탈북민들은 자유가 없는 땅에 남겨진 부모형제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기는 날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추석을 매우 간단하게 지내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즉 태양절과 광명성절이 최대 국가적 명절이며, 민속명절인 추석은 사회주의 양식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되다가 1972년부터 인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루만 쉬는 것이어서 조상의 묘에만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고, 도나 군의 경계를 넘어가면 당 보안서에서 발급하는 통행증이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 주민들은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버스로 성묘를 다녀오는데, 버스는 성묘객으로 ‘콩나물시루’가 되지만 교통체증은 없다고 합니다. 전국의 도로들이 자가용으로 뒤덮이는 한국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 9월 동안에도 북한은 다양한 군사행동을 보였고,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도 대단히 바빴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전방의 2군단과 1군단에 무인기 대대 창설을 지시했던 김 위원장은 9월이 들어서도 군 관련 시설과 기관들을 쉴 사이도 없이 시찰했습니다. 정권수립일을 앞둔 6일 김 위원장은 오진우포병종합군관학교를 방문했고 비슷한 시기에 해군기지 건설 현장, 선박건조 시설,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 등을 시찰했는데,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 리영길 군 총참모장,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리창호 정찰총국장 등 핵심 군간부들이 동행했습니다. 9일에는 12축 24륜형 미사일 이동발사대를 공개했는데, 11측 22륜형 이동발사대를 이용했던 화성-17이나 18 보다 더 크고 무거운 새로운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이 발사대는 국방공업기업소를 현지 시찰하는 사진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9·9절 당일 김 위원장은 기념행사에는 불참했지만,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당·정 지도부를 모아 놓고 연설을 했는데, “핵무기의 기하급수적인 확대를 흔들림 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다”며 급속한 핵무력 증강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 블록의 무분별한 확장 책동이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강조했습니다. 12일에는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수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는데, 탄도미사일 발사는 7월 1일 이후 73일 만이었습니다. 13일에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농축시설을 방문하면서 사진을 통해 현대식 원심분리기 방식 농축시설을 공개했습니다. 2010년에 미국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의 농축시설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원심분리기들을 선명하게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또 다시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들은 새벽 6시 50분쯤 평남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400km를 비행했는데, 지난 7월 1일 황해남도 장연에서 발사한 두 발의 신형전술탄도미사일, 즉 ‘화성포-11다-4.5’라고 불리었던 미사일과 유사한 기종이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9월 동안 분주하게 도발을 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들이 있습니다. 7월 말 압록강 수해와 자강도 군수공장들의 침수 피해를 극복했다고 선전하고도 싶었을 것이지만, 특히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대륙간탄도탄 발사대와 핵무기 대량생산에 유리한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보여주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비핵화 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말고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안보공조’를 ‘위협’이라고 선전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북중러 세 나라가 핵공조를 하고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하고 군사기술을 제휴하는 등 위험한 행보를 보이니까, 한미동맹도 훈련을 강화하고 한미일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바깥세상의 소식과 단절된 북한 주민들만 잘 모를 뿐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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