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도자가 2021년 짧은 신년 서한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인민’입니다. 지난해 조선노동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한 연설에서도 제일 많이 쓴 단어가 인민이었습니다. 인민을 향하여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외운 지도자의 연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도 김일성은 우리 인민은 참 좋은 인민이라고 외우곤 했었습니다.
인민이 고맙다는 북한 지도자의 말은 진심일지도 모릅니다. 하기는 지도자의 위치에서 생각하면 북한 인민은 정말 고마운 존재일 것입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곧이 믿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지난시기 주민들에게 많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민,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수령” 등은 현실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북한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어 그것이 거짓임을 알 수 없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밥에 고깃국, 강성대국, 사회주의 부귀영화 등 거짓 약속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에 대해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제국주의나 사회주의 배신자들 때문이라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당과 수령의 지시에 무조건 순종해왔습니다. 당과 수령이 요구하면 그것이 어렵고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무조건 집행하기 위해 땀을 바치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도 내놓았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라고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추위에 떨고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참고 견디었습니다. 그렇게 믿고 순종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차려진 것은 세기적 낙후와 빈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주민들은 아직까지 지도자를 받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 위의 그 어느 나라에 가도 북한처럼 고분고분한 주민은 찾을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민들이 정책의 옳고 그름과 집행결과를 하나하나 따지고 들고, 옳지 않다 생각되면 정권을 교체하려고 나섭니다. 그런데 아무렇게 속이거나 내몰아도 반항할 줄 모르고 순종만 아는 인민이 얼마나 고맙게 생각되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북한 주민을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남한이나 일본은 너무 잘살고 있는데, 지어 같은 사회주의 길을 걸었던 러시아나 중국도 북한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북한 주민들은 저러고 있지?’ 그들은 살기 힘들어도, 짓밟아도 순종만 하는 북한사람들을 이해조차 하지 못합니다.
지도자는 신년 서한에서 인민을 위한 충성과 헌신을 맹세했지만 새해에도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헐치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 유행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지만 북한의 코로나 대응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환경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코로나를 막으려는 지도부의 정책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도 자연 치유가 안 되면 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주민들의 생계일지도 모릅니다. 북중 국경이 군사분계선 수준으로 막힌 조건에서 주민들의 생존이 달린 시장 활동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대책 없이 정면돌파전, 자력 자강만을 주창하면서 주민동원으로 인민들을 더 힘들게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 주민이 정말 고맙기만 한 인민으로 계속 남아있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철조망이나 지뢰도, 외부소식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고 세상 소식에 접하면 주민들이 서서히 바뀔 것입니다. 북한 지도자가 새삼스럽게 인민에게 고맙다는 말을 곱씹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느껴서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새해에는 지도자의 칭찬을 받는 순종하는 인민이 아니라 민주주의국가처럼 지도자가 어렵게 대하는 인민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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