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열병식에 대한 소감

0:00 / 0:00

북한에서는 작년 10월 10일 당 창건 75돌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당 제8차대회 기념 열병식을 또다시 진행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은 작년 열병식의 규모를 줄여서 재탕한 것이지만 전례 없는 추위속에서 열병식을 치르느라 군인들이 정말 고생했을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들은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핵무기와 미사일이 주된 관심사였지만 북한주민들의 눈길을 끈 것은 군인들의 군복과 착용한 장구류들이었습니다. 열병식 참가자들은 모두 디지털 위장무늬 군복을 입고, 한국에서도 최근에 지급을 시작한 누런 전투화를 신었습니다. 군인들은 망원 조준경, 소음기, 전등과 플래시를 단 현대화된 소총을 장비하고 방탄복, 방탄 모자도 착용했으며, 무릎보호대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본 적 없는 최신 위장복을 입고 행진하는 부대도 보였습니다. 열병식에 입고 나온 군인들의 군복은 북한 주민이 보기에도 너무 낯설었습니다.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은 북한군이 아닌 남한군이나 미군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 열병식에서도 이러한 군복을 입은 부대가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이 모두 새로운 형식의 군복을 입고 나온 것은 당창건 기념 열병식이 처음이었습니다. 외부전문가들의 평가에 의하면 이번 열병식에서 장착한 군복과 장구류들은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자기 나라 군대가 현대적 무기와 장구류 군복을 착용했다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북한군의 상황을 알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마냥 좋게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올해 한반도는 몇 십 년 만에 오는, 유례없는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남한도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때가 있었으니 북한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 군인들에게 겨울내의를 공급하지 못해 주민들에게 내의를 바치라고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국제적 수준의 군복을 입은 모습을 소개해 놓고 주민들에게 군인들의 내복을 지원하라니 말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 200여개 넘는 나라 가운데 군인들의 내복이 없어서 주민들에게서 걷어서 입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할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군인들에게 옷만 못 입히는 것이 아니라 식량과 부식물 공급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군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면 부모들이 영양보충은 물론, 피복, 생활필수품을 보충해주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과 함께 군사복무를 한다는 말이 돈 지 오랩니다. 군인 가족들에게도 식량을 공급하지 못해 자체로 해결해 먹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심한 곳이 군대입니다. 입대할 때는 공급이 괜찮고 상대적으로 군복무가 쉬운 부대에 보내려고 뇌물을 주어야 하고 군에 가서는 조기 제대하려고, 입당하려고, 대학추천을 받으려고 뇌물을 건넵니다.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이 착용한 특수 군복이나 장구류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아서 참가자들이 기념으로 간직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수는 2만~2만 5천명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북한군의 후방물자 공급상황을 고려하면 사실 무리입니다.

세계에서는 열병식을 하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특히 러시아, 중국 같은 사회주의 나라들의 열병식은 규모가 방대하고 장엄하기로 이름나 있습니다. 북한의 열병식은 규모도 크지만 자주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북한에서 이번에 3개월도 안 돼 작년 열병식을 재탕하는 이유는 당대회 참가자들을 고무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당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조차도 당의 경제건설 계획에 대한 확신이 없어 하니 그들을 발동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열병식은 대부분 간소하게 치릅니다. 미국에서 말하는 것처럼 열병식을 통해 우리의 능력이 어떻다는 것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