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노인을 위한 정책이 없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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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남한에는 어린이의 날, 어버이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명절이 모두 5월에 있습니다. 특히 5 8일은 어버이의 날입니다. 이날에는 부모님을 찾아 뵙고 선물도 드리고 인사도 드립니다. 찾아갈 형편이 못될 때는 선물이라도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날을 계기로 바쁜 일상 때문에 잊고 있던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고 감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최근 어머니의 날을 제정하고 이 날 부모님께 꽃을 선물하는 등 인간냄새가 나는 사회로 보이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보다 당과 수령의 사랑과 은혜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당에서 유랑하는 노인들을 조사해서 대책을 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주민등록에 기록된, 60세 이상의 노인의 명단에 기초하여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유랑하는 노인들을 찾아서 돌볼 사람이 없는 노인은 양로원에 보내고 자식이 있는 노인은 자식이 책임지고 돌보도록 대책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 노인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사회주의제도는 국가가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돌보아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둔 후의 생활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지난시기엔 국가에서 노인들에게 배급과 연노보조금을 조금씩 주었기 때문에 자식들이 좀 보태면 부모들을 부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시스템이 모두 붕괴되었습니다. 노인들에 대한 배급도 없고 연노보조금은 쌀 1kg 값도 안 됩니다. 노인들은 자식들의 부양을 받거나 스스로 생계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에서 부모를 부양할 능력을 가진 자식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살기 만만치 않은 곳에서 노인들이 자기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노인세대는 지난날 국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분들입니다. 목숨을 걸고 전쟁에도 참가했고 전후 허리띠를 졸라매고 복구건설에도 참가했으며 사회주의국가의 부강발전을 위해서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국가를 위해서 모든 힘을 다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모으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또 모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노인들의 생계문제는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데 당과 국가는 고난의 행군 시기는 물론 오늘에 와서도 한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삶을 외면해 왔습니다.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환갑상이나 칠갑상, 100돌 생일을 맞는 노인들에게 백돌상을 차려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지도부는 도마다 자체의 힘으로 양로원을 세우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당의 배려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있는 양로원으로는 노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또 양로원의 정상 운영도 문제입니다. 양로원은 식량과 부식물, 생필품, 의료시설이 필요하며 자금이 없이 운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양로원 운영자금을 공급해주지 않고 자력갱생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명이 급격히 늘고 있는 남한에서는 사람들이 젊었을 때부터 스스로 자신의 노후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가 있습니다. 연금제도는 주민들이 매월 월급의 일정부분을 저축하면 노년에 매월 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가는 주민들이 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한편 지난시기 연금도 저축하지 못했고 부양할 가족도 없는 노인을 위해서는 매월 생계비를 지급해주고 있습니다.

북한도 노인문제를 해결하려면 1회성 선심 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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