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세계로 가는 길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8-07-0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며칠 전 중국동북지방을 다녀왔습니다. 십여 년 만에 보는 중국은 너무 달라져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발전이 뒤쳐졌다고 하는 동북지방이지만 가는 곳마다 에서 약동하는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도시 곳곳에 아파트가 일떠서고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통의 발전이었습니다. 10여년 전만해도 비포장도로였던 시골 도로들이 모두 포장도로로 바뀌었습니다. 북한 회령부터 새별까지 거리에 맞먹는 연길에서 훈춘에 가는데 기차로는 한 시간, 버스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길림 도문 훈춘을 잇는 고속철도가 2015년에 개통되었고 지금은 연길에서 훈춘을 잇는 고속도로를 2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훈춘시에는 남한 포스코와 현대가 투자하여 지은 대형 물류창고가 있습니다. 물류창고를 건설할 때 남한 측이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도로를 개통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도로와 철도건설을 추진했고 결국 남한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흐릿한 빗줄기 속에 간간히 보이는 북한의 모습은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어 두만강교두도 남양교두도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북한이 금년 5월 길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현장을 보여주려고 외국기자들을 초청했을 때 원산에서 길주까지 가는데 13시간이 걸렸습니다. 남한사람들은 지도에서 원산과 길주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북한 기차의 속도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결과 시간당 평균 속도가 35km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350Km로 달리는 남한열차에 비하면 1/10의 속도밖에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추석 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차가 꽉 막히는 경우에도 최대로 7-8시간이 걸리는데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를 어떻게 13시간이나 걸려 갈 수 있느냐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서울서 부산가는 기차가 2시간 남짓 걸리는 곳에서 사는 남한주민들은 평양서 청진까지 가는데 정시로 가도 24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기차가 가다가 전기가 끊기면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서있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판문점에서 회담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은퇴 후 개마고원 관광권을 하나 보내달라고 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교통이 좋지 않아서 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교통은 산업발전의 혈맥입니다. 교통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의 질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오늘 교통의 발전으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있지만 북한으로 가는 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도로를 건설하지 못해 국도조차도 포장되어 있지 않고 유일한 단선철도가 노후 되어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며칠 전 남북은 철도·도로협력 분과 회담을 열고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 를 연결하고 현대화 하는데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본격적인 경제협력은 어렵기 때문에 일단 현지조사와 사업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도로와 철도를 현대화하고 세계와 연결시키자면 무엇보다도 북한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사회주의체제는 권력을 지도자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자의 결심이 나라의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중국의 지도자인 등소평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지난날 뒤떨어졌던 나라를 40여년 만에 세계적인 대국으로 일떠세웠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자기 자신의 안위 때문에 핵을 만지작거리면서 주저하고 있습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요, 요행히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지녔던 결사의 각오가 북한지도부에 필요한 때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