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농장원 신분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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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당국은 평양시를 포함하여 전국의 협동농장 지역에 거주하는 직장인들과 가족들을 협동농장원으로 편입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현재 북한 협동농장들은 경지면적에 비하여 인력이 형편없이 모자랍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도시주민을 농민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취한 것입니다. 억울하게 하루아침에 신분이 하락한 주민들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권력과 뇌물을 이용해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당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성분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주민들을 기본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으로 분류하고 성분이 나쁘면 일생동안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주민과 농촌주민의 차별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된 바가 없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북한에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주민들을 설득해왔습니다. 일정한 시기까지는 노동계급과 농민의 계급적 차이는 남아있지만 그 차이는 점차 줄어들게 되고 모든 주민이 노동계급으로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동계급과 농민의 차이 도시와 농촌의 차이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해방직후 북한은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했습니다. 점차 공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도시인구가 늘어나면서 현재 북한의 도시화율은 62%을 넘어섰습니다. 그만큼 농업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갔지만 북한의 농업규모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지면적은 간석지 개간 토지개량 등을 통해 더 늘어났습니다. 농민들은 여전히 인력으로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 농촌의 노력부족은 만성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부족한 노력을 전민동원의 방법으로 해결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방법이 점차 효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의 생계를 시장을 통해 유지하는 상황에서 대가없는 노력동원에 성실하게 참가할리 만무합니다. 거기다 농업에 대한 투자부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농장의 알곡생산량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인력을 늘이려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농업은 공업에 비해 소득이 적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국가나 산업화가 추진되면 농촌노력이 썰물처럼 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공업소득이 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싼 농산물을 대거 수입해서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공업이 침체되어 버는 돈도 적은데다 그마저 국방 분야를 비롯하여 다른 곳에 다 돌리다보니 알곡을 국내생산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농촌에서 나오겠다는 사람뿐이지 가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 북한에서 가장 못사는 곳이 농촌입니다. 그 원인은 농업의 생산효율이 낮은 것보다도 국가의 농촌에 대한 수탈이 너무 심하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농사지어도 가을에 가서 국가가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다 걷어 가면 농민들에게 차례지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도시 노동자도 월급이 없이 일하지만 대신 부인들은 시장에서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공장이 거의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출근하지 않고 다른 벌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은 다릅니다. 농민들은 남자뿐 아니라 여성들도 환자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농장에 출근해야 합니다. 농촌은 생활환경도 열악합니다. 도로, 상하수도, 전기, 문화시설 어느 하나 도시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 열악한 곳에 사람들을 붙들어놓자니 거주등록이라는 강압적인 수단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농장원으로 등록되면 자신은 물론 대를 이어 농장에서 일해야 합니다.

21세기 세계에서 주민들을 도시사람과 농촌사람으로 구분하고 이동금지정책을 실시하는 곳은 북한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농촌인력을 늘리려면 이러한 말도 안 되는 강제조치가 아니라 농촌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조건을 보장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농촌에 대한 가혹한 수탈을 중지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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