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국경의 지뢰밭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11.02

남과 북 사이에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각각 2km의 비무장지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남북의 무장충돌을 막기 위해 정한 지역이지만 남북이 각기 요새와 진지, 철책을 설치하면서 비무장지대가 아닌 중무장지대로 변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매설한 후 수십 년 동안 해제하지 못한 지뢰가 깔려 있어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지역으로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군사분계선을 해체할 때 제일 위험하고 힘든 일이 지뢰해제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남북의 군사분계선이 아닌 양강도의 조·중 국경연선지역에서 지뢰매설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9월 말에 하달된 최고사령부 명령에 따라 조중 국경연선에 국경경비가 취약한 구간을 중심으로 60m 간격으로 지뢰를 매설하고 있습니다. 지뢰매설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으나 벌써 십 여명이 지뢰가 폭발해 눈과 다리, 허리를 다치는 인명피해사고까지 났습니다.

북한은 코로나를 구실로 8월에는 국경지역 완충지대 설정에 관한 사회안전성의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국경 봉쇄선으로부터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간 사람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주민들이 그곳에 들어갔다가 총격에 사망하고 있습니다. 완충지대 설정에 이어 지뢰매설까지 시작했으니 북중 국경연선이 남북 군사분계선과 같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세상에는 나라도 많고 국경도 많습니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관계가 좋은 나라도, 좋지 않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이가 좋지 않는 국가 사이, 지어는 두 국가사이에 군사적 충돌까지 일어나는 지역에도 지뢰를 매설한 곳은 없습니다. 중국과 조선 간의 관계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면서 변동이 많았지만 사실 중국은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입니다. 더욱이 최근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쟁참전 70돌을 맞으면서 김정은이 직접 중국인민해방군 열사릉을 찾아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중 국경지역에 군사분계선처럼 철조망을 치는 것은 기본이고 2km 완충지대에 이어 지뢰까지 묻는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북중국경일대의 철조망이나 지뢰 완충지대설정이 중국을 겨낭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원래 완충지대를 설정할 때 중국에서 들어오는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 기간을 2~3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이상 계속 유행된다 해도 인구의 60%가 감염되면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고 합니다. 즉 코로나는 시간상 문제이지 결국 끝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뢰는 한번 설치하면 제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코로나 때문에 지뢰를 설치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시기 북한주민들은 군사분계선을 미국과 남조선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초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북중 국경일대를 군사분계선처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서냉전이 해체된 오늘 북중국경선 뿐 아니라 군사분계선도 적의 침입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선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북한을 등지고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한 철조망으로 되었습니다. 남쪽과 북쪽 바다까지 모두 철조망을 치고 막아 놓으니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북한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감옥입니다.

최근 북한지도부의 정책적 지향점은 세계로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북한이라고 하면 독재국가, 인권 불모지, 가난한 주민을 떠올립니다. 북한은 이러한 이미지를 지우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경지역의 지뢰밭 조성은 북한의 이러한 의도와 노력에 반하는 것입니다. 전쟁도 아닌 평화시기에 자기 주민의 탈출을 막기위해 지뢰밭을 조성하고 주민들을 총격하는 행위는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행위로 규탄을 받게 될 것이며 북한의 이미지를 더욱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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