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끝이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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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물가가 정신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쌀값이 천원을 넘어 천오백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 화폐와 100대 1로 교환된 새 화폐가치는 끝없이 추락하여 이제는 화폐개혁 이전과 별로 차이가 없게 되었습니다. 과연 물가가 어디까지 오를까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답은 명백합니다. 화폐개혁 전과 같아지게 될 것이고 그것을 더 뛰어 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모든 경제적 조건이 화폐개혁 전이나 이후나 똑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북한의 공장 가동률은 화폐개혁 전과 같고 알곡생산량은 재작년보다 오히려 더 줄었습니다. 월급도 이전과 같고 개인들이 가지고 있던 돈도 회수했지만 농민들에게 주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유통되고 있는 돈의 량도 화폐개혁 전과 같고 상품 량도 같습니다. 그러니 물가도 이전과 같아지게 될 것입니다.

같아진 후에도 다른 나라의 경제적 지원이 없으면 물가는 더 오르게 될 것입니다. 농사가 재작년보다 잘 되지 않아 식량도 부족하고 시장이 통제되고 외화벌이 기관들도 위축되어 유통되는 쌀이나 상품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돈에 비해 물건이 적으면 물가는 더 오르게 됩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매겨지는 시장가격은 냉정하고 솔직합니다. 2002년 7월 새 경제조치를 취했을 때는 경제형편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노임만 높여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물가가 노임만큼 오를 때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경제상황이 변하지 않았는데 화폐가치를 100배로 올린다고 선포하고 물가를 낮추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물가가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것이 다시 원래대로 되겠지만, 그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이 불안 속에 살고 있고,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살림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밥을 먹던 사람들은 죽을 먹고 죽을 먹던 사람들은 굶고 있습니다. 시장에 의존해 살던 많은 상인들은 변변치 못한 작은 밑천마저 잃고 그로 인해 가정이 깨지고 방랑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도시들의 구호소에 집결된 방랑자들이 화폐개혁 이전보다 10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이번 화폐개혁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은 북한지도부의 경제에 대한 몰이해, 지도능력의 부족을 다시금 확증해주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그러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지도부의 경제에 대한 인식과 지도능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데 대해 아연함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경제, 국가경제가 돌지 않는 주요 원인은 시장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시장을 철폐하고 장사하는 사람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면 다시 공장이 돌게 되고 상품이 시장이 아니라 국영상점에서 팔리게 되어 국가경제가 회복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화폐교환을 실시해 상인들의 돈을 회수하는 극단적인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노임을 주고 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나온 주민들을 일시키고 노임을 줄 공장은 없었습니다. 화폐교환은 결국 한 번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고 국가는 새 돈을 찍느라고 돈만 날렸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물론 일부 주민들까지도 물가 상승의 원인을 시장상인들에게서 찾곤 합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은 개별적인 상인이 아니라 돈을 마구 찍어내는 국가 때문에 일어납니다. 북한 당국은 생산이 멎어 돈을 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담보 없는 돈을 찍어 내고 있고 그것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물가를 낮추려면 공장을 가동시키고 상품 생산을 늘이고 그것을 빨리 유통시켜야 합니다. 그러자면 시장을 없앨 것이 아니라 확대해야 합니다. 폐쇄정책이 아니라 개혁 개방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