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화성에 있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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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꽤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30여 년간 부부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부부간 갈등의 원인과 치유법 연구에 몰두해온 존 그레이 박사가 쓴 것입니다. 그의 견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남자와 여자는 너무도 다르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갈등과 충돌이 일어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해 헤어진다는 것입니다.

남녀관계를 묘사한 책이지만 지금 세상의 구도가 이와 유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보건데 북한은 지구가 아니라 화성에 있는 나라입니다. 북한 사람은 세상에 나갈 수 없고 세상 사람들은 북한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또 설사 들어간 다해도 북한 사람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니 북한은 세상을 모르고 국제사회는 북한을 모릅니다.

북한에서 세상을 제일 잘 안다고 하는 최고지도부도 실지는 세상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TV나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보았을 뿐 한 번도 그러한 세계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와 회담할 때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 사람을 납치했다고 소위 <통이 크게, 솔직하게> 인정하는 바람에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던 북일 관계가 순간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납치사건을 인정만 하면 일본으로부터 100억 달러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납치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큰 범죄로 취급되는지, 납치가 일본의 주민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 때 납치사건의 인정으로 고이즈미 총리는 물론이고, 조총련을 비롯하여 북한을 지지하고 지원하던 모든 단체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지금까지도 그 후과가 가셔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관계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남한을 무력으로 압박해야 두려워서 북한과의 협상에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군사분계선에 포탄을 퍼붓고 남한의 지명을 입력한 장소에서 땅크(탱크)훈련을 하는 사진을 크게 공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군사적 압력의 결과 최근 정상회담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냈고 따라서 압박전술이 승리했다고 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북한의 군사훈련을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이 악화되어 하부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다보니 군부와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부서가 제멋대로 놀아서 빚어지는 혼선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북한 지도부의 통제력을 의심하면서 북한의 붕괴를 점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군사행동으로 북을 지원하지 말아야 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주민 여론이 확대되었습니다. 즉 군사적 도발은 북한의 기대와 정반대로 북한에 지원을 하자는 세력에게는 불리한 조건으로, 북한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세력에게는 유리한 조건으로 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세상을 마음대로 볼 권리를 가졌다고 하는 최고 지도부도 세상을 오인하는 상황에서 백성이 국제사회를 얼마나 잘 못 알고 있겠는가 하는 것을 추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한도 마찬가지로, 북한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북한을 오인하고 있는 조건에서 일반 주민들이 북한 오해 정도가 어떠하겠는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의 충돌은 부부관계처럼 서로에게 해롭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혁명의 길에서는 전쟁도 필요하고 죽음도 영예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화성에서의 논리일 뿐입니다. 지구에서는 생명은 그 무엇보다 귀중하고 따라서 전쟁은 그 어떤 경우에도 죄악이라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오해와 충돌을 없애자면 서로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남북이 충돌을 피하자면 서로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북한이 하루빨리 화성에서 탈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