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쿠바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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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동생 라울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넘긴 카스트로 전 의장이 7월 중순 오랜 병상에서 벗어나 공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미국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쿠바의 경제모델이 다른 나라에 전파할만한 것이냐는 질문에 "쿠바의 모델은 우리에게조차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또한 지난 1962년 미사일 위기 당시 옛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촉구했던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며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이 체제전환을 시작한 후 북한은 사회주의기치를 고수하는 유일한 동맹국으로 쿠바를 꼽았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미국과 맞서 싸우는 나라, 사회주의기치를 변함없이 고수하는 나라인 쿠바를 찬양했고 그를 통해 자기정책의 정당성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쿠바마저 사회주의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쿠바는 북한에 비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주의적이었습니다. 쿠바의 무료 의료제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해서 많은 나라들, 지어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들에서까지도 적지 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쿠바경제가 매우 어렵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현재 쿠바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20달러, 의료보험, 교육 교통비는 거의 무상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4000여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무상치료제가 거의 파산되고 주민들의 월급이 1달러 정도이며 국민소득도 5-6백 달러 밖에 되지 않은 북한에 비하면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쿠바는 라울의 집권 이후 경제개혁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카스트로의 발언을 계기로 이러한 경제개혁이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지금도 사회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로 바꾸는 것을 한사코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사회주의 경제에 집착하는 것은 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주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시장경제가 현재 집권층의 권력유지에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가 발전하여 개혁개방이 이루어지면 세습도 곤란하고 지금처럼 주민들에 대한 전권을 행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경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북한경제는 수십 년 동안 파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복구하기 위해 시도한 화폐개혁으로 인해 열악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잇따른 경제정책의 실패는 주민들이 정부를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근원으로 되고 있고 이는 역으로 체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강압적인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지난 시기 주민들에게 "착취와 압박이 있는 곳에서는 인민들의 혁명투쟁이 일어나는 법"이라고 가르쳤습니다.

현재 북한은 지도부 교체라는 중요한 정치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 소련, 쿠바에서는 지도자의 교체가 정책변화의 계기로 되었습니다. 북한지도부도 이번 기회에 정책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이 길만이 북한지도부도, 북한주민도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