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식량 ‘통행증’제도?
2024.09.16
북한에서 알곡(식량) 통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휴대할 수 있는 곡물 허용량을 1인당 3kg으로 제한했습니다. 작년에는 허용량이 5kg이었는데 거의 절반으로 준 것입니다. 그 이상의 알곡을 가지고 이동하려면 그 알곡이 본인이 농사지은 것임을 분조장, 작업반장, 관리위원회, 담당 안전원, 인민반장 등의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8월 중순부터 각 도, 시, 군, 농장들에 지역 안전원들과 규찰대, 안전군까지 파견해 햇곡물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질서를 어겼을 때에는 알곡을 전량 회수하는 것은 물론 노동단련대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8차 당대회 이후 사회주의경제 복귀 정책이 적극화되면서 북한 당국은 식량에 대한 국가통제권을 확립하기 위해 강압적 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북한 당국은 시장에서 알곡 판매를 금지하고 식량공급소에서 식량을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그것으로 불충분하여 개인들의 식량 이동까지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알곡 처분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모든 식량을 국가가 독점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확대함으로써 이전과 같은 식량배급제로 넘어가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 주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공급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량’의 문제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자력갱생의 구호 밑에 필요한 식량을 국내에서 생산하여 자급자족하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러나 비료가 충분히 공급되고 기계도 원만이 가동하던 1970년대에도 주민들은 배를 곯았습니다. 국가가 주는 식량공급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그렇게 적은 공급량도 자력으로 보장하지 못해서 입쌀을 팔아 강냉이를 구입하는 방법으로 부족한 식량을 보충했고 그것으로 부족할 때에는 식량을 수입했습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지구상에서 아프리카의 최빈국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배를 곯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어떻게 하면 적게 먹고 비만을 방지하겠는가 하는 것이 더 관심사로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북한처럼 식량통제를 해서 국가가 식량을 독점하고 배급을 주는 방법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했는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전에는 배를 곯았습니다. 특히 1960년 전후한 시기 벌어졌던 대약진운동시기에는 이천만의 주민이 아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에서 도는 소문처럼 ‘돼지도 통 강냉이를 먹을 정도’로 식량이 충분해졌습니다.
중국은 농업에 대한 투자를 끊임없이 늘리고 농사의 과학화 수준을 높여 정보당 알곡 수확고가 북한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특히 중국이 가족단위도급제를 실시하면서 알곡 생산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도 자체생산으로 식량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서 해마다 알곡 소요량의 15~20%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강압적인 식량통제는 현재 주민들의 생활 상황과도 너무 맞지 않습니다. 북한 도시 주민들은 식량의 적지 않은 양을 개인이 소토지를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 알곡으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할 뿐 아니라 일부는 시장에 팔아서 가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협동농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협동농장에서는 생산에 필요한 비료와 농기구 등을 알곡을 일부 팔아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생필품이나 농사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국정가격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알곡의 이동을 일일이 통제하면 주민들의 불편만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통제가 성공해도 알곡 총생산량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배고픈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압적인 통제가 아니라 자유롭게 농사지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