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왜 알리지 않았을까?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9.23
[김현아] 왜 알리지 않았을까? 북한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은 9월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인터넷사이트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시험발사과정을 참관하는 사진, 미사일이 지표면을 향해 수직에 가깝게 내리꽂힌 후 폭발해 다량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이 여러 장 공개됐습니다. 이와 함께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저격수 보총과 자동 보총을 비롯한 저격 무기를 김정은이 살펴보고 직접 사격하는 사진과 기사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가 정작 노동신문과 중앙 텔레비전에는 소개되지 않아 외부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은 조선중앙통신을 볼 수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동정을 조선중앙통신에만 싣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과 중앙텔레비전 방송에서 소개하지 않았다는 것은 외부에만 알리고 주민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최고지도부의 지시가 하달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김정은 총비서의 국내 동정이 노동신문과 중앙 텔레비전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최고지도자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것은 북한 신문 방송의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일정 취재와 보도는 개별 신문사나 방송국이 아니라 중앙당 선전선동부 직속 특별 취재반이 전문 담당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동정 보도는 김일성, 김정일 때보다 더 요란해졌습니다. 현지지도 사진이 1면을 넘어 2면까지 채우는 예도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은 핵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초기에 인공지구위성 발사나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핵 미사일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여론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핵 미사일이 개발이 자신들의 생계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만 강화하여 시장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핵과 미사일이 우리에게 밥을 먹여주냐”, “핵과 미사일에 투자할 돈을 인민 생활 향상에 돌리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미사일 개발과 시험에 투자되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북한은 2023년에만도 미사일 실험을 30여 차례 진행했습니다. 한국 국방과학원이 계산한 데 의하면 2023년 한해 쏘아 올린 미사일의 가격은 과학자들에게 낮은 인건비를 제공했다는 것을 고려해도 10여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 금액이면 북한 주민들이 1년 먹을 식량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도 현재까지 18회에 걸쳐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적게 잡아도 5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었을 것이고 이는 북한 주민의 반년치 식량 값이 날아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국방력은 경제력 수준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가별 GDP 즉 국내총생산 순위와 군사력 순위가 비슷합니다. 그러나 북한만은 특이하게 GDP는 131위이지만 군사력은 36위로 경제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군사력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북한이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국방력에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불균형적 재정 지출은 경제 발전에 재앙으로 됩니다. 북한이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국가에 속하게 된 것은 경제 수준에 비해 국방력에 너무 많은 재정을 투자한 데 중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과 남한이 북한을 침공하려고 시시각각으로 노리고 있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방력 건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선전을 반세기 넘게 들어왔습니다. 냉전 시기에는 이러한 논리가 어느 정도 통했지만 오늘에 와서는 이러한 설득이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사일 시험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은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 정서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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