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나날이 커지는 남북 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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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유엔인구기금과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2009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생후 1년 미만 영아 사망률은 남한이 1000명당 4명인데 비해 북한은 47명이나 됩니다. 세계적으로 영아 생존률이 남한은 7위인데 북한은 133위로 한참 밀려나 있는 것입니다. 임신과 해산으로 인한 모성사망률도 남한은 1000명당 14명이었지만, 북한은 무려 370명에 달했습니다. 남북은 평균수명도 10년 이상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구보건지표 뿐 아니라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지표에서 남북의 차이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남북의 차이는 너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주민들의 경제생활을 반영하는 주요 지표인 일인당 국민소득은 남한 1만 7100달러, 북한 4-500달러로 무려 30-40배나 차이 납니다. 해방 전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력의 차이가 1:0.6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남북의 차이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과 땅 같은 남북의 차이는 더 큰 차이를 낳게 하는 근원으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주민들이 남한의 현실을 알게 되면 정권이 무너질까 개혁개방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권을 고수하기 위해 문을 닫아걸고, 그러다 보니 나날이 더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러한 악순환이 북한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 인한 정세의 긴장에 대해 운운하지만 사실은 남북의 차이로 인한 흡수통일의 두려움 때문에 북한 정부는 핵 시험,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어 한반도에는 늘 전쟁의 검은 구름이 떠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은 한반도뿐 아니라 나아가 동북아의 정세를 위협하는 원인으로 되고 있고 이 지역 나라들의 군비확장을 추동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바라는 남북통일도 남북의 차이 때문에 더욱더 어려운 난문제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통일되면 남한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부담,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물밀듯이 내려와 생기게 될 사회적 혼란 등 때문에 오늘 남한의 10대, 20대는 통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남북 간의 차이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남북한 청소년들의 키가 13센티미터나 차이난다는 자료가 발표되어 남한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 주었습니다. 남한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3%에 달하지만 북한의 대학 진학률은 20-30%밖에 되지 않습니다. 교육의 질적 수준에서의 차이도 매우 큽니다. 경제력의 격차로부터 생긴 남북 청소년들의 육체적, 지적 능력에서의 차이는 앞으로 수십 년간 북한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현실은 사실 너무도 심각하며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는 의연히 폐쇄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고집하며 오늘도 100일 전투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 등 허황한 구호로 주민들만 괴롭히고 있습니다. 노선수정이 없이는 북한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간 '고난의 행군'이 보여준 실천적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결과 북한보다 더 뒤떨어졌던 상황에서 30년 남짓한 사이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중국과 미국의 차이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이 늦어지면 그 만큼 남북의 차이가 더 커지고 그만큼 따라가기 더 어려워집니다. 북한 정권의 존립도 주민들의 생존도 그만큼 더 위태로워집니다. 북한 주민을 위해 한반도의 통일과 발전을 위해 정책의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