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감동대상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0.12.27
금년에 남한의 KBS 텔레비전 방송국은 감동대상이라는 새로운 상을 정했습니다.

'KBS 감동대상'은 한 해 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물 중 시청자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주인공에게 주는 상으로, 대상, 봉사상, 나눔상, 가족상, 희망상, 특별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제1회 'KBS 감동대상'의 대상 수상자로는 고(故) 이태석 신부가 선정되었습니다. 이태석은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지난 1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카톨릭 교회의 신부입니다.

그의 삶은 “울지마 톤즈”라는 기록영화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마지 않는 의사가 되었지만 그를 포기하고 신부직을 택했습니다. 그가 신부로써 수단으로 파견돼 8년여 간 벌린 봉사활동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4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12개 병실을 갖춘 병원을 짓고 홍역과 결핵, 문둥병 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 예방접종, 진료 활동에 자신을 깡그리 바쳤습니다. 그는 하루 백여 명이 넘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도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위해서 학교를 세우고 글을 배워 주었고 악단을 조직하고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쳤습니다. 그가 세상과 작별하는 영상물을 보면서 우는 것을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톤즈 마을 사람들이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물론 북한사람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북한에도 남을 돕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알지도 못하고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아프리카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부귀와 출세를 포기하고 헌신한 이태석 신부의 정신세계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북한에서 자기 희생정신은 주체혁명위업을 위해서, 직접적으로는 수령을 위해서 발휘해야 합니다. 남을 위한 봉사도 북한의 정치에 도움을 줄때만이 인정되고 당이 알아주어야 빛이 납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썩고 병든 사회, 눈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 온갖 악행이 판을 치는 곳이라고 늘 비난하는 남한에는 정말이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물론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생활이 넉넉한 것과도 무관하다 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제도가 인간애의 토양으로 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주장하는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은 국가, 민족, 지역, 계급과 무관합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생각하면 며칠 전 북한텔레비전에 등장하여 연평도를 포격해서 남한영토를 짓부수는 위훈을 세웠다고 자랑하는 인민군병사들의 모습이 남한주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겠는지 여러분도 판단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 6명의 아이들을 입양하고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함께 신장을 기증한 김상훈.윤정희 부부는 가족상을 받았습니다, 나눔상은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벌이는 오산고 동창 봉사모임이 받았습니다.

남한에서 12월은 크리스마스의 달입니다.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오지의 주민들을 위해 자신을 깡그리 태우고 떠난 한 신부의 모습은 올해 크리스마스의 감동을 배가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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