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강성대국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2.01.02
작년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다시 한 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강성대국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강성대국의 문패를 달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주민은 4.15 100돌을 맞으며 강성대국을 건설하느라고 여느 때 없이 볶이었습니다. 각종 돌격대에 동원되어 땀을 바쳤고 장사에 지장을 받으면서 노력동원에 나갔고 물질적 지원을 하느라 부족한 살림이지만 돈을 쪼개서 바쳤습니다.

당이 선전하는 것처럼 2012년에 당장 잘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그래도 살림이 좀 낳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바란 강성대국은 결코 정치강국이나 군사강국이 아니었습니다. 또 승용차나 별장이 차례지는 나라도 아니었습니다. 마음 편히 강냉이 밥이라도 하루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그러한 나라가 강성대국이었습니다.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올해 4.15를 맞으며 식량배급을 실시하고 평양시에 24시간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품이 가득 채워져 있는 광복거리상점을 현지지도 하는 장면이 신문과 방송에서 소개되어 4.15를 맞으며 평양시민들에게 상품이 공급되리라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평양 만수대지구에는 20층 40층 의 현대적인 살림집이 건설되고 있어 아마 3천세대의 주민들은 새집들이 경사를 맞게 된다고 합니다. 지방에서도 4.15를 맞으며 주민들에게 줄 선물을 자체로 생산해서 마련하라고 해서 지방정권기관들에서 그 돈을 마련하느라 야단이 났다고 합니다. 다 털어서 기름이나 술 1명, 고기 한두 키로그램을 특별공급의 명색으로 공급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들의 생계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작년 말부터 외화 값이 폭등하여 쌀값이 5천원을 오르내리고 모든 물가가 거의 2배로 상승했습니다. 북부지구에서는 배추 값, 고추 값, 소금 값이 상승해 반년식량으로 불리는 김장조차 변변히 담그지 못했습니다. 겨울에 가장 절실한 석탄, 나무 값도 거의 두 배로 올라 주민들은 식량난에 연료난까지 겪으며 고생하고 있습니다. 기차가 열흘씩 연착되어 사람들이 굶어죽고 얼어 죽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이웃나라들은 강성대국이라고 하지 않아도 전기가 24시간 공급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고 오히려 한두 시간이라도 정전이 되면 큰 변이 난 것처럼 떠들고 있습니다. 농촌동원이나 지원이라는 말조차 모르지만 쌀 고기가 남아돌아 너무 먹는 비만이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세상에서 주민들에게 밥조차 제대로 먹이지 못하면서 강성대국을 운운하는 모습이 얼마나 희극적으로 보이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을 강성국가, 지식경제강국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말이 그 말이지만 무슨 대국이라고 하기에는 스스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금년공동사설에서는 예년에 없이 남조선과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강성대국이 못된 원인을 미국과 남조선에라도 떠넘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겠다고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행여나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주민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비록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새해를 맞고 있지만 여러분들이 기쁘게 새해를 맞이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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