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개빈 감독의 기록영화(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가 작년 10월 미국 600개 극장에서 개봉된데 이어 1월 31일부터 남한에서 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북한에 남겨 두고 온 아들을 남한으로 데려 오려는 어머니,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탈출하려는 한 가족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을 도우려는 한 목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포함한 온 가족은 먼저 탈북한 형제들 때문에 추방의 위기에 처하자 목숨을 걸고 무작정 탈북의 길에 올랐습니다. 20여 년간 1천여 명 넘는 북한주민들의 탈북을 도와준 김성은 목사의 헌신적인 방조 덕택에 탈북민 가족은 삼엄한 경계를 뚫고 끝내 대한민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탈북시킨 어머니는 그가 중국에서 체포된 후 북송되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로 갔다는 비통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화는 제목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이상향을 넘어서)가 보여주는 것처럼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북한주민들이 왜 탈북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길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길인지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북한에서 ‘톰 아저씨의 집’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미국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떠오르게 합니다. 1852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거의 두 세기 이전의 이야기이고,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대륙에서 인종도 문화도 다른 노예들의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자식을 빼앗기기 않기 위해 목숨 걸고 탈출하는 어머니, 그들을 도와주는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탈출하지 못하고 양심적으로 살았지만 끝내 죽음을 맞는 선량한 톰 아저씨는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북한주민들의 삶 또는 탈북자들의 이야기와 너무 닮았습니다.
소설이 나오던 당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노예제도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면화재배를 위주로 하던 남부에서는 노예가 없이는 농장을 운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북부에서는 산업화로 노동의 가치가 높아졌고 인권개념이 확산했으며 민주주의가 발전했습니다. 남부에서 가혹한 노동과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딜 수 없었던 노예들은 목숨을 걸고 북부로 탈출했습니다. 남부는 이를 막기 위해 도망노예법을 제정했습니다. 도망노예법은 도망간 노예를 잡아오는 것을 허용하고, 도망치는 노예를 도와준 사람은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도망 노예는 재판 과정에서 변론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북한의 상황과 너무 비슷합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을 싼값으로, 아니 거의 공짜로 강제 고용하여 국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예들은 북부의 월급이 남부보다 4배나 높다는데 충격을 받고 북부로 탈출했지만 오늘날 중국의 1인당 노동자 평균 수입은 북한의 10배 남한은 25배가 넘습니다. 거기다 북한주민은 정치적 자유는 물론, 심지어 다른 나라의 영화도 마음대로 볼 수 없고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정치적 탄압을 견딜 수 없어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도망노예법보다 훨씬 가혹한 조국반역죄가 있습니다. 조국반역죄는 다른 나라로 도망한 사람에게 5년 이상 교화형, 최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도와준 사람 역시 교화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노예제도의 비참한 현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여 이 책이 남북전쟁을 일으켰다고 할 정도로 반인권적 노예제도에 대한 사회여론을 크게 환기시켰습니다. 노예들의 이어지는 탈출과 그에 대한 남부와 북부의 상반되는 입장과 태도는 남북의 갈등을 격화했고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북전쟁이 북부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도망노예법은 폐지되었습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선량한 미국시민들의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 낸 것처럼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미국과 영국 등 세계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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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