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문명강국과 언어

0:00 / 0:00

지난 2일 북한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라는 제목 하에 김여정의 이름으로 된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김여정의 이름으로 글이 발표된 것은 처음이라 담화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담화문의 내용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담화문 내용이 ‘저능한 사고방식’, ‘경악을 표한다’, ‘완벽한 바보’, ‘겁을 먹은 개’ 등 비아냥과 저속한 표현으로 일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전 박근혜정부 때나 이명박정부 때 비난에 비하면 그 수위가 낮아졌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는 현 정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도 높은 비난이었습니다.

북한은 원래 남한, 미국, 일본과 같은 적대국가로 지정된 나라들에 대해서 저속한 표현을 쓰면서 비난하기로 유명합니다. 남한에서는 북한이 쓰는 것과 같은 욕말을 ‘막말’ 또는 ‘원색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사람들 간에 감정이 격해지면 욕이 나가고 상말도 쓰게 되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북한처럼 공식적인 문건에 막말이나 원색적 표현을 쓰는 나라는 없습니다. 국가의 공식문건이나 공식적 출판물, 공식석상이나 방송에서는 순화된 언어만 쓰는 것은 초보적인 국제관례입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막말이나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사람은 교양이 덜되고 수양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그러므로 국가 간에는 더 두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막말을 하지 않습니다. 막말은 직무나 방송에서 퇴출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관습을 무시하고 무자비한 막말로 화풀이를 하는 북한의 행태는 북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체면을 구기고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북한이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 등에 남한이나 미국을 비난하는 기사를 올리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국내적으로는 북한주민들을 계급의식으로 교양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북한에 유리하게 돌리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이나 인터넷사이트들은 북한주민이 아닌 남한주민이나 다른 국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물입니다. 그런데 막말과 원색적 비난으로 가득 찬 글들을 올리면서 그 기사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사람, 남한사람,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이 다 같은 언어를 씁니다. 우리 말을 알고 있는 외국사람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습니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북한이 쓰는 원색적 표현의 감정적 도덕적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기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무지하고 야비한 사람들이다’라고 광고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사를 보면서 북한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조차 기사의 내용에 공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지난 시기와 달리 김정은 정권은 경제강국, 군사강국과 함께 문명강국 건설을 통해 은둔국가에서 벗어나 세계로 나갈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문명강국은 인민들이 높은 창조력과 문화수준을 지니고 최상의 문명을 최고의 수준에서 창조하며 향유하는 나라입니다. 문명에 대한 지향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입니다. 문명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훌륭한 문화시설만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수준이며 그 수준은 우선 언어에서 나타납니다. 북한의 공식 언어가 그렇게 저급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언어생활을 고상하고 문명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적대계급에게는 좋은 말을 쓸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막말을 정당화할 것입니다. 오늘에 와서도 세계를 적대계급과 비적대계급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시대착오적인 것입니다. 북한이 문명국가로 되자면 언어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