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수돗물 문제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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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북한 국방대학과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먹고 장염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압록강, 두만강 상류지대에서는 봄철이 되어 강물이 풀리면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당국도 코로나 전염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물을 끓여 마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는 물을 먹어서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끓인 물을 먹으라고 강조하는 것은 공급하는 식수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물 소독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물 공급 도중에 발생하는 물 오염입니다. 북한의 대도시에서는 대부분 일제강점기나 전후에 만들어 놓은 상하수도 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이 삭아서 자주 물이 새고, 도중에 물이 오염되어 그로 인한 콜레라 파라티푸스가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막자면 도시 전체의 상하수도 망을 다시 깔아야 하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들에서 물 수요량을 충분히 제때에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을 공급하자면 양수기를 돌려야 하는데 전기가 부족해서 평양에서 조차 수돗물을 시간제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가정들에서 물탱크를 만들어 놓고 물을 받아 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들은 더 어렵습니다. 양수기 능력이 부족해서 아파트 고층은 수돗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고층에서 사는 주민들은 아래층까지 내려가 물을 길어 올려 쓰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방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을 긷는 것이 고역입니다. 게다가 걸핏하면 정전이 되고 양수장에서 물을 푸지 않아 물이 공급 안 되는 날도 많습니다. 그러면 아파트, 단층 할 것 없이 모든 집들에서 물을 길으려고 헤매야 합니다. 최근 평양에는 개인업자들이 물을 실어다 공급해주는 서비스도 생겼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달러나 만지는 집들의 이야기입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문명해 질수록 1인당 물소비량이 늘어납니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서울, 부산의 수돗물 공급량은 1인당 하루에 287 리터입니다. 북한주민들은 물을 길어먹는 가정이 많으니까 하루에 물을 얼마나 쓰는지 계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 한 양동이는 10리터니까 남한만큼 쓰자면 하루에 1인당 양동이 30개의 물이 필요하고 식구 4인으로 잡으면 양동이 100개 이상 물이 필요합니다. 아마 북한주민들은 ‘그 많은 물을 어떻게 다 쓰지?’ 생각할 것입니다. 매일 샤워하고 욕조에 들어가 몸을 풀고 세탁기 한 번 이상 돌리고 하다 보면 물이 그만큼 필요합니다.

물의 질적 수준에 대한 욕구도 높습니다. 대부분 남한주민들은 수돗물을 그대로 먹지 않습니다. 생수를 사서 먹거나 정수기를 설치하고 수돗물을 다시 정수해서 먹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수돗물이 질이 좋다고 방송을 통해 선전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물 검사를 해주면서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알려주지만 막무가내입니다.

사실 인간생활에서 물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도 3주를 살 수 있지만 물을 먹지 못하면 3일밖에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위생 문화적인 생활을 위해서도 물이 필수적입니다. 북한은 지금 문명국가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충분히 소독되지 않은 물을 쓰고 물 공급이 부족하여 주민들이 애로를 느끼는 국가를 문명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에서 물 문제는 먹는 문제 못지않게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보여주기 식 행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돗물공급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인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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