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세금 없는 나라’에 대한 생각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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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4월 1일, 북한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금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북한지도부는 북한의 우월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세금이 없는 나라라는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세금이 없는 국가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국가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군대 경찰을 돈없이 유지할 수 없습니다. 공무원이나 군인들에게 월급도 주어야 합니다. 이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국가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이 번 돈을 모아서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일찍이 레닌도 꽤 유명한 책으로 알려진 ‘국가와 혁명’에서 국가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조세징수권을 들었습니다. 즉 국가는 주민들에게 세금을 부여하고 걷을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므로 지구상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합니다. 그런데 북한만은 세금이 없는데 어떻게 국가를 운영해왔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북한은 국가총생산 대비 국가예산지출이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그 많은 자금의 원천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번 돈입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번 돈은 모두 개인이 가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수입에서 일정부문을 떼서 세금으로 국가에 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반대로 합니다. 사람들이 번 돈 가운데서 극히 일부만 생활비나 분배로 나눠주고 모두 공장이나 농장에서 직접 국가에 바칩니다. 국가는 그 돈으로 국가도 운영하고 교육비, 치료비, 주택, 심지어 쌀도 주민들에게 줍니다.

얼핏 보면 내가 세금을 내서 국가가 돈을 쓰는 것이나 내가 번 돈을 국가가 가지고 주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나 같고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번 돈에 대한 권리를 내가 가지는 것과 그 권리를 국가가 가지는 것은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주민들이 번 돈을 내서 국가를 운영한다고 하면 주민들이 국가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고 대통령이나 공무원들은 주민들의 비위를 맞추어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국가가 돈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면 주민들은 자기가 번 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되고 국가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나가면 국가가 얼마나 공정하게 돈을 걷는지 또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 감시할 권리, 그에 대해 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국가가 번 돈의 소유자가 되면 주민들은 그저 감사할 의무밖에 없습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무료교육, 무상치료, 무료주택 모두 당과 수령의 은혜라고 선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를 위한 자금은 당과 수령이 마련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땀 흘려 번 돈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번 돈을 쓰면서도 당과 수령에게 감사해야 했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충성을 다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지도부는 세금이란 나쁜 것이고 자본주의사회에서 주민들이 세금수탈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선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세금이 없다는 북한의 제도가 자본주의세금제도보다 훨씬 더 불공평한 제도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오늘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북한 국고에 돈이 마르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시장상인들에게서 받는 장세를 올리고 시장에 앉지 않고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모두 찾아내서 돈을 받고 있습니다. 옛날에 그렇게 비난하던 세금제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세금 없는 나라’라는 선전 때문에 발목이 잡혀 공정한 세금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주민들에게서 온갖 명목으로 돈이나 물건을 거두어들이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tv에서 각도에서 지원물자를 싣고 평양종합병원건설장으로 가는 자동차행렬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자동차에 가득 채운 물자도 사실 충성심으로 바친 물자라기 보다는 현물로 바치는 세금, 즉 공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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