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포전담당제가 성공하려면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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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도시의 학생, 노동자, 사무원, 군인, 가정주부까지 온 나라가 농촌동원에 떨쳐 나섰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맞서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의 자급자족이라며 농사일에 총동원되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도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 알곡생산이 줄었는데 올해는 가뭄이 작년보다 더 심해 농사전망이 어둡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북한에 982톤의 식량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쌀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받지 않은 채 생색내기라고 비난했습니다.

하기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지속적인 식량지원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주변국들인 중국, 러시아, 일본, 남한에는 먹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덜 먹어 몸무게를 줄일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지난날 뒤떨어졌던 중국이 상상할 수 없이 잘 살게 된 중요한 요인이 개혁개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농촌에서 가족도급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김정은정권 이후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3~4명이 망라되던 포전담당제를 세대별로 농사짓는 개인포전담당제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의 가족도급제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 단위를 가족으로 만들어서 농사의 책임성을 높이도록 한 것과 함께 농산물의 수매가격을 높인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인민공사시기에는 국가에 수매하는 알곡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정해져 있었습니다. 중국의 농산물가격은 공업품 가격에 비해 절반 정도 낮았습니다. 중국지도부는 가족도급제를 도입하면서 농산물의 수매가격을 20% 높여주었고 의무수매양보다 더 수매하는 농산물의 가격은 50% 높이도록 했습니다. 농사에서 개인의 책임성이 높아지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수매가격이 오르다 보니 농민들의 수입이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농민들은 그 돈을 다시 농업에 투자했고 따라서 농업생산이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포전책임제는 생산한 알곡 중 30%는 세금으로 바치고 40%는 돈을 받고 국가에 의무 수매하며 30%는 농민들이 자체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곡 국가 수매가격은 500~1000원이라고 합니다. 이는 시장 쌀값의 1/3~1/4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그리고 30%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할당된 국가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거기에서 떼어내어 보충해야 합니다. 북한은 농업생산성이 낮아서 생산량의 30%를 받아도 한 해 농량도 안 되는 가구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농민들은 어렵게 삽니다.

농업을 발전시키려면 비료와 살초제(제초제)를 넉넉히 확보해야 하고 현대적 농기계도 도입해야 하고 농업과학도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농민들도 이에 들일 돈이 없고 국가도 예산이 부족하여 농업에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가 없다 보니 농업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농사철이면 온 나라 주민들을 동원시켜 농사를 짓는 방식을 아직까지 지속하고 있습니다.

포전담당제가 성공하려면 농산물 수매가격을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농민들의 수입이 올라가게 될 것이고 더 열성을 내어 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수입이 늘면 그 돈은 농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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