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미래를 사랑하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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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은 북한에 너무 정치적 구호가 넘쳐나서 문제라고 하지만 좋은 구호들도 있습니다. ‘미래를 사랑하라’ 이는 김일성이 생전에 늘 강조하던 말입니다. 과장되기는 했지만 김일성은 항일무장투쟁 때부터 어린이들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고 합니다. 김일성은 회고록에서 자기세대만을 위해 사는 자본주의나라 주민들에게 어린이들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오래 전부터 탁아소 유치원 건설, 의무교육제 실시, 교복과 학용품 공급 등 어린이들에게 모든 것을 우선 보장하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북한어린이들의 상태는 급속히 나빠졌습니다. 북한에서는 6월 1일 국제아동절과 6월 6일 소년단명절을 맞으며 그들이 행복하게 자라나는 모습과 명절을 맞으며 진행한 운동회, 소년단연합단체 모임 등을 텔레비전과 신문에 소개하곤 합니다. 그러나 신문방송에 소개하는 것과 달리 북한어린이들의 실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2019년 유엔 식량 및 농업기구에 의하면 6∼23개월 된 북한 유아 3명 중 1명이 최소한의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23개월 이상 된 아동 5명 중 1명 이상은 만성 영양실조를 겪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 정부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2018년 세계영양보고서’에는 북한을 빈혈과 저체중 문제가 심각한 26개 나라에 포함했습니다.

북한어린이들의 영양이 얼마나 불충분한가 하는 것은 남북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북한주민은 남한주민보다 평균 10cm 키가 작습니다. 이는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할 때 통계이고 청소년들만 비교하면 남한이 15~20cm 더 큽니다. 북한 청소년들이 키가 작은 것은 어릴 때 배를 곯으며 자라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다 보니 젖먹이 때부터 계속 영양부족상태에서 성장하게 됩니다. 최근 많이 줄었지만 아직 북한에서 5세 이하 영유아 사망률은 2017년 1,000명당 24명으로 남한의 8배에 달합니다. 특히 어린이 영양상태는 평양과 지방이 크게 차이나는데 지방 어린이들은 평양에 비해 저체중의 비율이 2배 이상 높습니다.

어린이들의 육체적 발달뿐 아니라 정서적 발달도 문제가 많습니다. 탁아 유치원이 정상 가동할 때는 유일사상 교양, 적개심 교양 등 어린이들의 특성에 맞지 않는 교육내용이 외부의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들에 대한 부모와 사회의 관심이 줄어든 것이 문제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부모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놀러갈 여건이 안 됩니다. 그리고 경제상황이 어렵다 보니 어린이 성장에 필요한 책, 놀이감도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강성국가건설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인재중시, 과학중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시기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빠르게 발달,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 영양상태, 정서적 환경은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오늘 북한의 20대, 30대는 고난의 행군 때 유아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자라난 지금의 세대는 이전세대에 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지도부가 늘 말하는 것처럼 조국의 미래는 어린이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자라서 20년, 30년 후에 과학자도 되고 노동자도 됩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북한의 미래는 더 걱정스럽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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