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계급 사회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6-1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요즘 남한의 영화관에서는 칸국제영화축전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예술영화 ‘기생충’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가 상영 중이어서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계급에 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다룬 영화입니다. 최근 남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계급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축전에서 이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계급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열흘이 멀다 하게 계급교양 관련기사를 게재하면서 주민들 속에서 계급의식을 고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계급의식은 북한내부의 계급관계에 대한 자각이 아니라 일제 시기와 자본주의 나라에 있는 착취계급과 지배계급을 반대할 데 대한 강조입니다.

마르크스는 인류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규정하고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의 계급적 대립과 투쟁에 의해 사회가 발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관점을 이어받아 오늘날의 자본주의사회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호의호식하지만 노동자는 자본가의 착취 밑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회주의사회는 계급적 대립을 청산하였기 때문에 노동자 농민이 주인으로 되어 평등하게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북한은 평등한 사회일까? 북한주민들에게 물으면 대다수가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북한과 자본주의사회 중에 어느 사회가 더 불평등할까? 자본주의사회도 불평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매해 주민들의 소득을 조사하고 불평등 정도 보여주는 지니 계수를 발표합니다. 지니 계수는 소득이 얼마나 평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표시하는 수입니다. 북한에는 이러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소득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폐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중국세관통계에 의하면 2017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중 사치품 구입액은 6억 4078만 달러로 북한의 대 중국 수입액의 17.8%에 달했습니다. 북한이 수입한 사치품 품목에는 승용차, 술, 와인, 맥주, 화장품, 향수, 시계, 가죽제품, 모피, 양탄자, 악기, 귀금속 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북한의 일반주민들은 승용차를 가질 형편이 안 됩니다. 또한 한 병에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외국제 코냑이나 와인을 마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상층의 사람들은 외국제 술을 마시고 외국제화장품과 향수를 쓰면서 비싼 스위스제 시계를 끼고 집안을 외제가구와 양탄자로 꾸미고 귀금속 장식품을 달고 다닙니다. 북한이 잘 사는 나라라면 그것을 나무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합니다.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아직도 끼니를 건너는 사람들이 10%정도 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나라 상층과 같은 수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북한 식 해석에 따르면 부르주아입니다. 부르주아가 취득한 재산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해서 얻은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도 역시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이 공존하는 계급사회입니다.

북한은 정치적으로도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갈라지는 계급사회입니다. 북한사회의 지배계급은 간부입니다. 북한에서 간부들은 특권을 가진 계급입니다. 간부의 권한을 이용해서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좋은 자리에 배치하며 병 치료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이용해서 재부를 축적합니다. 그러나 일반주민은 아무런 권리도 없습니다.

최근 더욱더 강화되는 통제 때문에 북한주민들이 남한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남한영화 기생충은 북한도 남한 못지 않은 계급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