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국경봉쇄가 지속되면서 식량사정이 어려워져 보릿고개를 겪는 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식량이 없어 일하러 나가지 못하거나 비관하여 자살하고 아사하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보릿고개는 우리나라에서의 봄철 기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가을인 9월~10월에 벼를 추수한 뒤 보리를 심는 이모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리는 6월 중순이 다 되어야 수확을 하므로, 가을에 마련한 쌀이 다 떨어지는 5월과 6월에 보리가 아직 익지 않아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배고픈 시기를 보내는 것이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하여 이를 빗대어 보릿고개라 불렀습니다.
북한에서는 1950년대 말부터 주되는 알곡작물을 옥수수로 바꾸면서 보리농사를 거의 짓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는 봄에 쌀이 떨어지면, 6월 20일 경이면 캘 수 있는 올감자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감자는 양이 많지 않아 7월 중순 옥수수를 수확하기 시작해야 기근이 해소되곤 합니다.
올해 쌀값은 평년의 4천~5천원 수준에서 6천원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특히 옥수수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북한에서 주식은 쌀과 옥수수인데 주민들은 돈이 좀 있으면 쌀을 사 먹고 돈이 없으면 값싼 옥수수로 끼니를 때웁니다. 그러므로 식량사정이 좋아지면 쌀에 비해 옥수수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힘들어지면 옥수수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2010년 이후 옥수수의 상대가격이 계속 떨어져 쌀의 1/3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쌀의 반값을 넘어섰습니다. 북한이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옥수수 가격이 쌀값의 반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 주민들의 생계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식량난을 의미하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식량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서 지금 청소년들은 보릿고개란 단어를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보아야 알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2020년대에 들어선 오늘에도 보릿고개를 겪고 있습니다. 북한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의거하여 해결하던 식량을 국가가 통제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판매에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했고 오히려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었습니다. 보통 국가공급제에 의한 식량공급은 나라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북한에서 식량부족은 시장상인들이 식량을 매점하고 값을 올리기 때문인 것이 아니라 수요에 비해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지면적과 농업발전 수준을 고려해볼 때 현재 식량의 자급자족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부족한 식량을 수입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핵과 미사일 개발, 선전성 건설 등에 자금을 우선적으로 배분하다 보니 식량구입에 충분한 재정을 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작년에 전주민의 46일분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을 미사일 발사에 소비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실패한 정찰위성발사에도 막대한 금액이 들었을 것입니다.
남한에도 ‘보릿고개’란 노래가 있습니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 고갯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에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오랜 전 시절의 아픔을 담아낸 노래구절이지만 오늘날 북한주민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