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21세기 최악의 노예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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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호주의 국제 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은 '2016 국제노예지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북한 인구 2,500만 명 가운데 110만 명이 '현대판 노예' 상태라고 추정했습니다. 현대판 노예 110만 명'이라는 수치는 조사대상 167개국 가운데 6번째이며, 비중으로 볼 때에는 1위(인구 대비 4.37%)입니다. 북한에 이어 인구 대비 '노예' 상태인 사람이 많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3.97%), 캄보디아(1.6%), 인도(1.4%) 순입니다.

노예란 다른 사람의 소유권 하에 놓아져 강제로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워크프리재단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 부채노동, 강제결혼, 아동에 대한 매매와 노동착취 등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상태를 현대판 노예로 규정하고 모든 국가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은 주민들에게 무보수 강제노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노동자, 사무원들이 받는 월급은 2,000~5,000원으로 쌀 0.5~1kg밖에 살수 없습니다. 그나마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돈을 더 내야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노임이 없지만 일하러 가지 않겠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성인노동자가 일하러 나가지 않는 경우에는 노동단련형이 부과됩니다.

또한 북한에 있는 각종 노동교화소에 많은 사람들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에 대한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추정에 의하면 20만이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노동교화소에 구금된 사람들의 처지는 노예보다 훨씬 못합니다. 노예주는 노예가 재산이기 때문에 그의 생명유지에 관심이 있지만 북한에서 수감자의 생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북한 해외노동자들도 하루 최대 20시간씩 일을 강요당하면서도 월급을 120~130달러밖에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현대판 노예상태에 있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면 북한에서보다 훨씬 괜찮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뇌물을 바치면서 해외로 나가려 합니다.

그러나 파견된 나라 주민들이 보면 그들은 죄인처럼 보입니다. 바깥에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고 가장 힘들게 일하지만 월급은 다른 외국노동자들의 반값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모두 상납금으로 바치고 나면 본인에게 차례지는 것은 너무 작습니다. 쥐꼬리만 한 돈에서 체류비와 오고가는 비용까지 제하고 나면 몇 년씩 일해도 갖고 들어가는 돈이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한달월급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상당수 북한여성들이 중국 등 인접국가에 강제결혼과 성매매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여성들은 먹고 살수 없는데 다른 나라에 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정부는 여성들이 중국에 팔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통제나 처벌이 아니라 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워크프리재단이 밝힌 것처럼 현대판 노예 문제에 대한 북한정부 차원의 대응도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입니다. 북한은 아시아에서 현대판 노예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지어 북한정부를 “현대판 노예 제도에 공모하는 나라"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남한은 인구 대비 0.4%가 노예 상태의 삶을 사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인구비율 대비 32위에 해당합니다. 남한에서는 이에 대해 자책하면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오늘도 자신들이 노예와 같은 처지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