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식량 자급자족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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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함흥시에서 7살 아동이 집에 홀로 남겨져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끝내 숨졌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남한이나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서도 아사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겪은 아사의 악몽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코로나를 겪으며 다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12일 발표한 ‘2023 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서 2020~2022년 기간 중 북한 주민 약 1천 180만 명 즉 총인구의 45.5%가 영양 부족 상태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에 돌리면서 그를 극복하기 위한 방도로 자급자족을 위한 알곡 생산량 증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알곡생산을 늘리기 위해 새해부터 농업전선을 12개고지 중 첫 번째 목표로 제시하고 그를 위해 전민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 사상동원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간부들과 농장원들에 대한 법적 처벌까지 강행하면서 농업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오랜 역사적 경험이 확증해주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을 쓰고 살도록 하겠다고 늘 외웠고, 1970년대에는 알곡 1000만 톤 구호를 내걸고 직접 농업생산을 지도하기도 했지만 끝내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괜찮아졌던 2010년대 중반에도 사람들이 굶주리는 현상을 완전히 없애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알곡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산골짜기 뙈기밭에서까지 농사를 짓고 날씨도 맞춰줘야 자급자족에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이상기후현상으로 기후의 변덕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해도 먹는 문제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주변 나라들도 모두 코로나를 겪었지만 아사자가 나온 국가는 없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식량가격이 상승했지만 남한, 중국, 일본 등은 모두 필요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외화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경험을 볼 때, 의식주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국민소득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발생 이후 아사자가 생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아직도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지도부의 자력갱생, 자급자족 정책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국경봉쇄를 통해서 대외무역이 자신들의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제로 체험했습니다. 중국과의 경제교류만 잘되어도 경제가 발전하는데 다른 나라들과 교역을 자유롭게 하면 얼마나 생활이 나아질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유로운 교역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 정부입니다.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자처했고 사회주의적인 정치, 경제체제를 고집해서 외부의 투자를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통제제도를 부활시켜 주민들이 돈을 벌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신 국가가 나서서 경제발전을 촉진시키겠다고 주민들을 들볶고 있습니다.

계획경제를 통한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지난 시기의 북한 역사를 통해 확증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는 개혁개방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현실을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통한 주민생활 향상보다는 체제유지에 더 관심이 높기 때문입니다. 먹는 문제를 국가가 장악해야 주민들의 일거일동을 통제할 수 있고 정권안정을 보장할 수 있다는 타산 때문에 모든 주민이 살 수 있는 길을 외면하고 실현 불가능한 식량 자급자족의 길을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