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은 왜 열병식에 집착할까?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3.07.31
[김현아] 북한은 왜 열병식에 집착할까? 북한 조선중앙TV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연합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은 7 27일을 맞으며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2월 인민군 창건일 열병식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열병식을 진행한 것입니다.

 

열병식은 고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고대에 군대의 규율을 병사들에게 습득시키기 위한 훈련으로부터 시작된 열병식은 현대에 와서 국가차원의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열병식의 규모와 횟수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열병식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해마다 소독전쟁승리의 날인 5 9일이면 열병식을 진행합니다. 중국은 국가수립 후 지금까지 총 16회의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러시아에 비하면 그 횟수는 많지 않지만 열병식의 규모가 커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열렸던 중국군 열병식은 2019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인데 1 5000명의 장병, 군용기 160여대와 군사 장비 580대가 동원되어 8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열병식 횟수로는 러시아 다음으로 많이, 규모는 중국 다음으로 크게 하는 국가입니다. 지금 북한 청년들은 원래 열병식은 이렇게 자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전에는 북한도 열병식을 자주 하지는 않았습니다. 1948년부터 1960년까지는 소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해마다 소련처럼 8 15일에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열병식을 총 3, 10년에 1회씩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거의 2년에 1회씩 총 12회의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열병식 횟수는 급증했습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13회의 열병식을 진행해 평균 연 1회 이상의 열병식을 진행한 셈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열병식 횟수가 더 늘었습니다. 결국 북한에서는 나라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열병식을 더 많이 하는 셈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이후에는 열병식을 자주할 뿐 아니라 동원되는 장병은 1 3~1 5천여 명으로 중국과 비슷하고 군인들이 착용한 군복과 전투기술기재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고 있습니다. 무기는 중국만은 못해도 미사일과 핵무기 등 현대적 무기를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번 열병식에는 신형 무인항공기를 선보였습니다. 즉 열병식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국가재정이 부족해 군인들에게 식량과 피복, 소비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이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도록 하기 위해 부모들이 매달 돈을 부쳐주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2월에 이어 이번 70돌 행사에원군 미풍 열성자들을 특별대표로 참가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원군 미풍 열성자는 군대를 많이 후원한 주민에게 주는 명예 칭호입니다. 이는 주민들이 후원하지 않으면 군대를 유지할 수조차 없는 북한에만 있는 칭호입니다.

 

북한은 가난한 국가입니다. 최근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주민 중 거의 절반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마다가스카르 수준입니다. 북한은 전후부터 오늘까지 70여 년 동안 가난하게 사는 이유를 미국의 침략 위험 때문에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득해왔습니다. 김일성 때는 말로 설득했지만 김정은 때는 열병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규모 열병식은 북한 주민들과 전 세계에 북한군은 세계적인 강군이니 감히 도전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위협하는 것입니다. 열병식은 지도자에게 권력에 대한 만족과 위안을 준다는 의미도 클 것입니다. 정말로 북한 군대는 강할까요? ‘무는 개는 짓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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