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특이한 북한의 수해 보도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8.05
[김현아] 특이한 북한의 수해 보도 사진은 폭우로 침수된 평안북도 신의주시.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의 보도에 의하면 727일 북부 국경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의 수위가 위험 계선을 넘어섬으로써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에서 5천여 명의 주민들이 침수위험구역에 고립되었습니다. 북한은 이들의 상황에 대한 현지 보도를 김정은의 혁명 활동 보도로 대신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현지에서 이들을 구원하기 위한 전투를 지휘했고 10여대에 달하는 직승기들이 무려 20여 회씩 연속적인 왕복 비행을 하여 4,200여 명의 주민들을 성과적으로 구조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세계 각 곳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해 이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대통령이나 총리의 현지 방문 소식을 전하기도 하지만 재해를 입은 주민들의 상황에 대한 보도가 우선합니다.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 그로 인한 인적 물적 손실은 어느 정도인지, 재해를 겪은 주민들의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재해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가 충분한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북한은 매우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해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는 사진 몇 장이 전부였습니다. 알려진데 의하면 이번에 압록강 상류인 양강도 혜산 지역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강 주변 지역에서 모두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압록강 하류의 신미도 지역입니다. 압록강의 물이 급격히 불어나 발전소의 수문을 열면서 하류 지역에 대피지시를 내렸으나 물이 너무 빨리 불어나 사람들이 미처 대피하기도 전에 고립되었고 적지 않는 주민들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도 처음 전원회의에서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킨데 대해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남한의 보도를 트집 잡으면서 인명피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번복했습니다. 수해 상황에 대한 모든 보도는 지도자 칭송에 집중되었습니다. 북한의 텔레비전과 노동신문의 수해 보도는 현장에 있는 김정은의 사진으로 도배되었고, 김정은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 작전을 지도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집중했습니다.

 

보통 재해가 발생하면 재해 피해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며 이에 대한 기사가 뜨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수해 피해의 책임을 아래 간부들에게 넘겼습니다. 수해 피해 대책을 세우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적 지휘를 보장하지 못했고 재해 방지 사업에 만성적으로 대한 결과 맥없이 재난을 당했다는 이유로 사회안전상, 평북도당 책임비서를 경질했습니다. 사실 수해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재정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모든 것을 아래 단위에만 맡겨 놓고 있다가 사태가 발생하자 책임을 아래 간부들에게 넘긴 것입니다. 원래 북한은 주민들의 불만이 지도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늘 이러한 수법을 써왔습니다,

 

수해 피해 상황에 대한 주민여론의 기사 제목은 우리 원수님께서 이런 험한 곳까지 오실 줄 정말 몰랐습니다”, “하늘같은 그 은덕이 있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났습니다”, “우리 원수님 같으신 분 세상에 없습니다등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생명재산을 위험에 빠뜨린 당과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분출되어야 정상인데 기자들에게 자신들을 구원해 준 지도자의 은덕에 얼마나 감사했는지에 대해서만 말하는 북한 주민들을 세상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주민들은 집에 물이 들이닥치는 속에서 재산보다 먼저 초상화를 챙겼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하고 급하게 탈출했던 주민들은 초상화를 챙기러 다시 물에 잠긴 집으로 들어가도 했습니다. 국가가 재난 시 초상화의 간수 여부를 조사하고 총화 하는 것을  일상화 했기 때문입니다.

 

5천 세대 넘는 집들이 물에 잠기고 떠내려가, 사랑하는 가족 친척들을 잃고, 가정집기를 다 잃고 한지에 나 앉은 참혹한 상황에서도 지도자 칭송 송가만 울리는 나라를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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