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의 자존심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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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회복되는 북-중관계를 보면서 북한주민들의 생각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중국 시진핑주석의 북한방문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어려울 땐 제재에 동참했다가 요즘 북미간의 관계가 개선되니 이간질을 하려고 온다는 것이 주요 이유입니다. 북한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시기 때부터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고생하는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헐값으로 북한의 자원을 가져가고 가장 질이 나쁜 상품을 내보낸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주민은 중국에서 산으로 가라고 하면 산에 가서 약초를 뜯어다 보내고 바다로 가라고 하면 바다에 가서 고기와 해산물을 채취해서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중국의 신식민지로 되었다고 한탄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교역에서는 항상 북한이 지고 들어갑니다. 북한주민이 중국의 친척을 찾아가도 항상 낮추 붙습니다. 한번 찾아갈 때는 괜찮지만 두 번 세 번 찾아가면 시끄럽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뭐라 하지 않아도 중국 사람과 마주서면 업신여김을 받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합니다. 이러한 마음이 쌓여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도 주민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큰 나라라고 작은 나라를 우습게보면서 이전의 의리를 다 버렸다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입니다.

물론 중국주민들이 북한주민들을 섭섭하게 한 행동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주민도 지난 시기 중국주민들에게 해를 끼친 것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상호관계에서 범한 잘못은 같고 같습니다. 사실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근본원인은 다른데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보다 뒤쳐졌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중국보다 너무 못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기 북한과 중국의 발전수준이 비슷했을 때에는 비록 중국이 영토가 크고 인구도 많았지만 북한주민들은 중국과 평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화대혁명 때 북중국경이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북한주민들이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중국은 빠르게 변했습니다. 중국이 하도 넓다 보니 시골에 가면 아직 낙후한 곳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지역은 북한주민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난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사람과 마주서면 자연히 위축되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국가의 폐쇄정책과 선전선동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원인을 중국사람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거기다 북한지도부까지 나서서 중국을 사회주의배신자로 낙인하고 주민들의 반중감정을 부추겼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지도부는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그리고 엄혹한 시련 속에서 혼자 사회주의기치를 고수하는 영웅으로서 북한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찬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정반대로 되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동독은 두말할 것도 없고 체코, 폴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 대부분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가장 뒤늦게 개혁개방에 들어선 베트남과 쿠바도 1인당 국민소득이 6천 달러 넘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1천 달러 주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정책실패를 숨기고 북한주민이 못사는 원인을 외부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의 가난을 외면하고 대신 핵강국 전략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으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핵으로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현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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