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수해복구 인력 30만명의 역설
2024.09.09
북한에서 수해 피해 복구가 한창입니다. 7월 말, 압록강, 두만강 일대를 휩쓴 태풍으로 양강도, 자강도, 함경북도 지역에서 산사태가 나고 물이 강을 넘어 수많은 주민들이 사망하고 집이 떠내려갔으며 곡식이 물에 잠겨 쓰러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수해 피해로 인한 주민들의 민심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피해지역을 몇 차례 방문하고 수재민 중 노약자들을 평양에 불러들여 돌봐 주는 모습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계속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해피해 복구 상황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중국 사람들이 복구 공사 현장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 영상을 보면 현장은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기계는 어쩌다 한두 대 있을 뿐이고 사람들만 바글바글 끓고 있습니다. 돌격대원들의 작업 도구는 나무로 만든 들것과 삽이 전부입니다.
8월 6일 수해 복구에 파견되는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을 거행하면서 김정은은 “피해지역 살림집 건설에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를 파견할 것을 결정한 후 1주일도 못 되는 기간에 당의 결정과 청년동맹 중앙의 연이은 호소문을 받아 안고 피해복구장에 나갈 것을 결의한 청년들의 수가 근 30만 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세상에 대고 이런 청년들이 있는 이 나라를 긍지 높이 자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십만 명의 돌격대원들을 피해지역에 내보냈습니다. 신의주시와 의주군에만 13만 명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신의주시와 의주군을 다 합쳐도 인구 50만 명이 안 됩니다. 그런데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더 들어가다 보니 돌격대가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복구작업 못지않은 큰일이 되었습니다. 양강도 역시 마찬가지로 압록강 주변 시군의 주민 인구가 많지 않습니다. 수해복구 노력이 절실하지만 시군의 능력으로는 그들의 숙식을 보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시군에서는 돌격대원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주민들에게서 계속 거둬들이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충분히 물자를 공급하지 못해 돌격대원들이 개인 밭이나 농장 밭을 습격하여 채소와 알곡을 훔쳐 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가뜩이나 수해 피해로 수확고가 줄었는데 그마저 지켜낼 수 없게 되었고 뙈기 밭에 의거해서 한 해 식량을 해결하던 사람들은 추수 이후의 식량 문제가 당장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간부들은 또 간부들 대로 힘듭니다. 돌격대원들에게 공급할 된장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보장하지 못해 1개월 동안 소금만 공급했다고 비판 무대에 오르고 알곡 가공에 필요한 전기를 보장하지 못해서 식량 공급에 지장을 주었다고 책임추궁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도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돌격대원들 가운데는 국경에 가보지 못한 청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들은 난생처음 국경지대에 가서 중국을 직접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저녁이면 깜깜한 암흑 세상이 되지만 중국은 밤새껏 환한 불빛이 꺼질 줄 모릅니다. 특히 신의주시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늘어서고 승용차가 꼬리를 물고 달리는 단둥 시내가 훤히 바라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돌격대원들에게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선전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탈북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철조망이며 초소가 다 떠내려가 돌격대원들이 탈북 할까 마음 놓을 수 없습니다.
돌격대원들은 그들대로 힘듭니다. 먹는 물조차 충분하지 않고 음식은 더더욱 부족합니다. 무더운 여름날에 선풍기조차 없는 천막 안에서 자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일은 힘들고 고달픕니다. 탈북을 막기 위한 삼엄한 감시 속에서 일해야 하고 일이 끝난 후에도 사상 변질을 막기 위한 강연회에 참가해야 합니다.
30만 명의 노력이면 하나의 대도시를 새로 건설하고도 남을 인력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월까지도 복구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비관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