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말과 현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10-1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은 10일 당창건 75돌을 크게 기념했습니다. 대규모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한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14일 세계보건기구는 ‘2020 세계 결핵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의 결핵환자 수와 다제내성 결핵환자 수 규모가 각각 세계 20위 안에 들어 결핵 고위험국으로 다시 지정되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전체 결핵환자 수는 13만 2천여 명이었고, 여러 가지 결핵치료제에 대해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는 5천 200명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인구 10만명 당 결핵 환자수는 레소토(645명), 남아프리카공화국(615명), 필리핀(554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540명)에 이어 513명으로 세계에서 5번째입니다.

현재 북한에는 대규모 평양종합병원이 건설되고 있고 며칠 전에는 양강도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병원을 개원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평양에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옥류아동병원, 유경치과병원, 유경안과병원 등 현대적인 병원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치료예방이 가능한 결핵환자는 지난 10여 년간만 보더라도 줄지 않고 있으며 발병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북한에서 결핵으로 숨진 주민은 2만여 명으로 10만 명 당 80명입니다. 이 수치는 인구 10만 명 당 4.8명인 한국의 16배, 세계 평균 20명 보다 4배 높은 것입니다.

북한에서 결핵환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북한정부가 결핵예방과 치료에 예산을 돌리지 않는데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후 북한에서 결핵퇴치사업은 전적으로 외국의 지원에 의거해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북한정부는 결핵약이나 치료설비 구입에 전혀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올해에도 북한 당국은 결핵 퇴치 예산으로 4천 900만 달러를 책정했지만 국내 조달은 600만달러입니다. 600만 달러는 대부분 의료일꾼 인건비일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상황이 어려워서 해외 원조국 지원액이 1천 900만 달러밖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2천 400만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북한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연말이 다 되어 오는데 결핵약과 진단설비 부족으로 결핵환자들의 치료에 차질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국가가 자금을 투자하지 않다보니 현재 북한 결핵병원의 실태는 매우 열악합니다.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숙식은 대부분 환자들이 자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환자들은 약만 있으면 병원보다 집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입원하지 않으면 약을 주지 않으니까 할 수 없이 입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은 모든 결핵환자에게 다 차례지는 것이 아닙니다.

결핵진단과 치료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북한에서 결핵전파가 계속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먹고살기도 힘든 사람들은 자기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제때에 알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결핵이라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환자들에 의한 결핵 전파가 계속 되고 있어 발병률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에이즈 때문에 결핵이 잘 낫지 않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은 에이즈 환자가 많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결핵발병과 재발병은 주민들의 영양상태와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30개 결핵 고위험국 중 주민들의 영양실조 비율이 60%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51%인 짐바브웨에 이어 48%로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이번 열병식에 김정은은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며 전체 인민이 건재하고 건강해야 당도 있고 국가도 있고 이 땅의 모든 것이 다 있다”면서 “이런 훌륭한 인민을 섬기고 모시고 투쟁하는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간직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사회주의의 최초 수령이었던 마르크스의 ‘실천이 진리의 기준’이라는 명제가 생각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