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우리 국가 제일주의의 허상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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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들이 러시아와 일본 해역에서 불법으로 고기를 잡다가 단속되는 일이 날을 따라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는 북한 어선과 일본 단속선 충돌로 배가 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대화퇴어장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일본 해상보안청 등에 따르면 일본이 최근 넉 달 간 동해 대화퇴 어장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한 북한 어선은 1천여 척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북한 어부들이 허가 없이 조업하다 나포되는 사건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경경비대는 9월 중순 이래 동해상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는 북한 어선을 단속해 지금까지 최소한 570명을 체포 구속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17일 러시아의 단속 과정에서 북한 선원들이 저항하고 지어 총격까지 가하면서 러시아 경비대원 4명이 다쳤고 함께 중상을 입은 북한선원 1명은 나중에 부상이 악화되어 사망했습니다

사실 러시아 어장이나 일본 어장은 북한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북한의 고깃배는 대부분 개인들이 제조한 목선으로 가까운 바다에서나 고기잡이 할 수 있는 작은 배들입니다. 어군탐지기는 생각조차 못하고 심지어 나침반도 없고 무전기도 없는 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한 고깃배로 먼 바다 어장에 간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어민들이 자기나라 바다가 아닌 외국의 바다에 가서 고기를 잡는 상황에 처한 것은 북한당국이 어장과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 넘겼기 때문입니다. 2019년 1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주변 해역에서 약 200척의 중국어선이 조업하고 있고 북한 어업면허 사용료는 월 5만위안이라고 합니다. 중국 고깃배들은 북한 배에 비하면 크고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한 배들이 수백 척 들어와 동해어장의 고기를 싹쓸이하고 있으니 쪽배나 다름없는 북한 배들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바닷가 지역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지고 있는 어부들은 할 수 없이 목숨을 걸고 먼 다른 나라 바다에 불법으로 고기를 잡으러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소극적입니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에 팔아 넘긴 어업권을 회수하고 중국어선을 철수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외화벌이에 눈이 먼 북한당국으로서는 동해어장을 팔아서 버는 돈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대북제재로 막다른 처지에 빠진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맞서 이미 맺은 계약을 철회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북한정부는 대신 일본에 큰소리를 치면서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침몰 현장을 동영상으로 공개하면서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한편 러시아에는 협상단을 파견해서 되돌려 보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북한당국은 실제 피해를 보고 있는 어민들에게는 아무런 배상이나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았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최근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사회주의조국의 위대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며 나라의 전반적 국력을 최고의 높이에 올려 세우려는 강렬한 의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대한 국가라고 자부하는 곳에서 사는 북한주민들은 자기의 바다를 잃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자기의 바다를 큰 나라에 내주고 머나먼 외국영해에서 목숨 걸고 불법 조업하다가 배가 침몰되고, 다치고 죽고, 외국에서 감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는 당과 국가는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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