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의 어머니 찬가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1.11.22

11월 16일은 북한에서 어머니 날입니다. 이 날을 맞으며 북한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어머니를 찬양하는 많은 기사와 프로그램을 내보냈습니다.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모범적인 여성들을 소개하고 어머니 날을 맞으며 자식들이 꽃다발과 축하 엽서를 보내는 모습도 실었습니다. 이렇게 찬양받는 북한 여성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머니라고 자찬했습니다.

오랜 역사적 기간 동안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 자신을 깡그리 바치는 사람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란 이름은 헌신의 대명사로 되어 왔습니다. 어머니는 헌신의 대가로 찬양을 받았지만 자신의 삶은 없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생을 자식을 위해 남편을 위해 바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라는 이름하에 여성들이 감내했을 고통을 생각하면 어머니란 이름을 찬양만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일찍이 남녀평등권법령을 제정하여 여성들을 봉건사회의 가부장적인 구속에서 해방했고 여성들의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고 있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북한의 어머니들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중국이나 러시아, 남한과 일본, 주변 나라들을 돌아 보면 북한의 어머니들은 그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북한의 어머니들이 지고 있는 가장 무거운 짐은 가정 부양의 의무일 것입니다. 원래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정 부양의 임무는 아버지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머니는 지난날 아버지가 맡았던, 돈을 벌어 가정의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임무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구조가 30여 년 동안 지속되면서 어머니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에서는 생계가 어려워지면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어머니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역할이었던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정일을 돌보는 부담도 여전히 맡고 있습니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처럼 분유나 1회용 기저귀를 풍족하게 사용하지 못하므로 아이를 키우기 더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나라들에서는 아이 양육을 남녀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에서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어머니의 몫이라는 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성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아 키워서 인민군대에 보내라고 합니다. 훌륭한 사람의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고 하면서 교육도 어머니가 맡으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가전제품이 귀하고 그조차도 전기 때문에 마음대로 쓸 수 없으며 가공식료품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일의 부담이 매우 큽니다. 북한에서도 아버지들이 가정일을 돕기 시작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아직 대부분 어머니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어머니는 사회적 역할도 맡아야 합니다. 당과 국가에서는 여성들이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맡고 있다고 추켜세우면서 국가 일도 여성들에게 맡깁니다. 어머니들은 의무적으로 여맹에 소속되어 각종 동원과 지원사업을 담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돌볼 사람이 없는 노인들과 아이들도 어머니들이 맡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도 인간입니다. 어머니가 모든 것을 맡아 할 수 없습니다. 오늘 세계에서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어머니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아이 양육과 가정일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어 여성이 반드시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할 의무도 없다고 합니다. 여성은 어머니로 살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여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여성들은 이러한 삶을 생각조차 못합니다. 당과 국가가 어머니란 이름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오늘도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