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사회주의와 인텔리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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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에서는 이전 소련주민들이 정치적 숙청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 “속삭이는 사회” 1-2부를 번역, 출판했습니다. 책의 저자는 올랜도 파이지스입니다. 그는 영국역사학자인데 러시아 근현대사를 전공했고 현재 런던의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천 명 주민들의 증언, 편지, 일기를 수집하고 검증하여 1917년부터 1956년까지의 소련사람들이 살아온 역사를 생동하게 그려냈습니다. 책에 의하면 지속되는 정치적 숙청과정을 겪으면서 소련사람들은 개인적인 것, 인간적인 것을 상실하고 권력에 굴종하는 무기력한 사람들로 변해갔습니다.

저자가 조사한데 의하면 소련에서 숙청은 10월 혁명이후부터 1956년까지 계속되었는데 그 중에서 숙청이 제일 심했던 시기는 1937~1938년이었습니다. 당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 139명 중 102명이 체포되어 총살당했고 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군대 역시 마찬가지고 여단 사령관이상 군관 장령 767명 중에서 412명이 처형되었고 29명이 감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자살했고 59명은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스탈린 시기 숙청의 첫 번째 대상은 당연히 당내에서 스탈린의 노선에 의문을 표시한 정적(종파분자)이었습니다. 부하린, 지노비예프를 비롯하여 스탈린과 의견을 달리하는 지도부 성원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종파분자로 숙청되었습니다. 그들은 대다수가 인텔리로 레닌, 스탈린과 함께 10월 혁명에 참가했습니다. 그들이 처형됨으로서 소련에는 스탈린과 그의 “말씀”만 남았습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도 처형을 피하기 위해 자기가 이전에 알았던 사실을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새로 자라나는 세대들은 스탈린의 말만 듣고 외우며 자랐습니다. 그들은 과거를 알지 못했습니다. 지어 처형된 사람의 자식들도 죄 없이 처형된 부모를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혁명의 원수로 원망했고 스탈린에게 충성하는 것으로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해방 후부터 전후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주민들에게 있어서 소련은 사회주의 이상향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을 따라 배우자’가 북한의 공식적인 구호였습니다. 그러나 소련은 결코 이상향이 아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현실의 밑바탕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역과 죽음이라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사회주의의 시조국가인 소련의 숙청역사는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으로, 북한에서 종파청산으로 반복되었습니다. 중국과 북한에서도 숙청의 주되는 대상은 소련에서처럼 정적과 인텔리였습니다. 북한에서는 1950년대~1960년대 중반에 걸쳐 남한출신 인텔리와 일제시기 공부한 인텔리, 특히 사회학과 문학을 전공한 인텔리는 모두 숙청되었습니다.

스탈린은 과거에 교육받은 인텔리를 모두 숙청했지만 사회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인텔리는 동유럽의 붕괴를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 체제를 만든 것도 인텔리, 붕괴시킨 것도 인텔리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체제붕괴를 막으려고 대학의 보위부를 더 늘리고 학생과 교수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당창건 70돌을 맞으며 인텔리들을 위한 과학자 거리를 건설하고 개통식을 크게 진행했습니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교수와 연구사들을 위한 아파트와 휴양소를 건설하는 등 인텔리들을 내세우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텔리의 동요가 두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인텔리에게는 아파트와 휴양소보다 사고의 자유가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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