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오징어게임’을 볼 수 없는 이유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1.11.29

최근 남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북한 청진시에서 이를 시청한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중형을 언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중앙에까지 보고되어 한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USB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형,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 함께 시청한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3820여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생존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빚에 쫓기던 수백명의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생사가 판가름나는 아슬아슬한 장면들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간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비록 막바지 인생에 놓이기는 했지만 사람들간에 오가는 인간적인 정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의 문화는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BTS’로 불리는 악단인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음악의 순위를 결정하는 세계적인 음반사이트인 빌보드에서 1위의 자리를 연이어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2019년 제작된 한국영화 ‘기생충’은 세계에서 가장 이름 높은 상인 아카데미상을 비롯하여 200여 개의 상을 받는 등 호평을 받았습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지구상에서 북한을 제외한 나라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어 거기에 공개하면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서 동시에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이트인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넷플릭스에는 현재 전 세계 190개국 이상의 국가와 2.1억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남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모든 나라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첫 방송이 시작된 후 28일 동안 세계적으로 1억 4200만 가구가 시청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중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을 거쳐 그렇게 통제가 심한 북한주민들까지 시청하게 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창작된 한국 드라마 ‘지옥’도 넷플릭스에 올랐는데 오징어게임보다 더 잘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인터넷사이트인 메아리에서는 “오징어게임은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극으로 이 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영상물을 본 청소년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북한주민들의 생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오징어게임을 본 학생들을 강하게 처벌한 것은 결국 불건전한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보아서가 아니라 남한의 영상물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최근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바꾸어 말하면 남한문화배격법입니다.

최근 북한은 중앙당에 문화예술부를 신설하고 작가 예술인들을 다그치는 등 문학예술발전에 힘을 넣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과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은 남한을 찬미한 작품이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 작품입니다. 남한에서는 창작가들이 자기의 신념에 따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누구나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당과 수령을 찬양하는 작품만을 만들어야 하는 북한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창작가가 나올 수 없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오징어게임과 같은 좋은 영상물을 마음껏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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