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장례식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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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북한에서는 김정일위원장 사망 3주년을 맞으며 추모식을 진행했습니다. 추모식이 열린 장소는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이었습니다. 북한은 집무실이었던 주석궁을 개조하여 시신을 안치하는 곳으로 만들면서 그 앞을 광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신을 보관하는 방식을 처음 만든 것은 전 소련입니다. 스탈린은 레닌의 시신을 붉은 광장 주석단 아래에 안치했습니다. 사망한 사람을 평시의 모습으로 보관하는 기술도 소련에서 개발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도 소련의 전례를 따랐습니다. 사실 베트남의 호지명은 자신의 장례를 간소히 치를 데 대한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죽은 후에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내 시신은 화장시키고, 재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도자기 상자에 담아 하나는 북부에, 하나는 중부에, 하나는 남부에 뿌려다오. 무덤에는 비석도 동상도 세우지 말라. 다만 단순하고 넓으며 튼튼한 통풍이 잘 되는 집을 세워 방문객들을 쉬어가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베트남 지도부는 호비명의 시신을 하노이의 중앙에 있는 비단광장 주석단 맞은쪽에 세운 건물을 짓고 거기에 냉동된 시신을 보관했습니다.

중국은 천안문 광장에 모택동기념관을 짓고 거기에 시신을 안치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것은 러시아 레닌 묘보다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북한은 김일성광장이 아니라 금수산기념궁전을 시신 안치관으로 개건하고 그 앞의 마당을 광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왕들의 무덤은 크고 화려했습니다. 고대 애급왕들의 피라미드는 지금 보아도 규모가 크고 웅장합니다. 중국의 진시황제의 무덤도 요란합니다. 옛날 왕들이 자기의 무덤을 크고 화려하게 만들도록 한 것은 이승이 있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유물론을 주장하기 때문에 사후세계를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회주의 나라 지도자들의 무덤 역시 역대 왕들의 못지않게 웅장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졌습니다. 옛날 왕들의 무덤은 도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누구도 찾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나라 수령의 무덤들은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광장과 연결시켜 개방했습니다.

옛날 왕의 무덤은 그의 사치스러운 이승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만들어졌지만 사회주의 국가 수령의 무덤은 체제의 존속을 위해 주민들을 세뇌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 후 이러한 예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모택동 이후부터는 지도자의 시신을 보관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현대사를 바꾼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등소평의 시신은 고인의 생전의 뜻에 따라 홍콩 앞바다에 뿌려졌습니다. 각막을 비롯한 그의 신체 일부는 의학용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만은 김일성주석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도 그대로 금수산기념궁전에 보관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주석궁을 개조하는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기념궁전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는 비용이 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3주년 추모식도 대규모로 진행했습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날씨가 최저를 기록한 매우 추운 날이었습니다. 평양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 8도, 최저 기온은 영하 18도를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차렷 자세로 한 시간 이상 추위에 떨면서 추모행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추모행사가 체제유지의 목적을 달성했겠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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