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아궁이가 쌀을 먹는다?
2023.12.25
양강도를 비롯한 산간지대는 나무가 주되는 연료로 쓰이지만 산림보호정책이 강화되면서 나무를 마음대로 도벌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어 화목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중 무역이 끊기면서 석탄수출이 중지되어 석탄값이 낮아졌는데 석탄수출이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석탄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강화된 무역통제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아 가스수입이 어려워진 것도 가정용 연료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일반가정에서 땔감은 큰 부담으로 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으로 북한의 가정들이 부담해야 하는 연료값은 쌀값 다음가는 지출 품목으로 되고 있습니다. 양강도에서 석탄으로 겨울을 나자면 3톤, 화목으로 겨울을 나자면 4입방의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석탄값이 톤당 32만원이니 겨울에는 1개월이 30만원이 석탄값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평균 쌀 1kg의 가격이 5천원이니 이는 60kg의 쌀을 구입할 수 있는 돈입니다. 물론 석탄을 좀 저렴할 때 구입하거나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 가격이 이보다 낮지만, 겨울에는 땔감으로 지출하는 돈이 거의 쌀값에 맞먹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아궁이가 쌀을 먹는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연료비를 지출합니다. 그러나 북한처럼 연료비 지출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는 연료로 석탄이나 나무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스, 디젤유, 전기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또 난방비와 조명용, 가전제품 사용 용도가 잘 구분되지 않아서, 연료비용을 계산할 때는 각각 종류별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에너지 비용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24시간 전기가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가정에서 냉동기, 세탁기를 비롯한 각종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스나 전기로 취사를 하고 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의 생계비 지출에서 겨울에 에너지로 지출하는 자금의 비중이 20% 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겨울이면 에너지 지출비용이 높아져서 주민들의 생계가 어렵다는 것이 주되는 정치적 문제로 떠올라, 에너지 가격을 고정 시키거나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난방비용 명목으로 국가가 돈을 지불해주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겨울 난방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은 지방에 맡겨버리고 중앙에서는 아무런 정책도 없습니다. 전기라도 보내주면 밤에 전기난방으로 도움을 받겠지만 겨울에는 전기 생산이 더 줄어 조명용 전기도 여름보다 더 적게 들어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중앙에서는 평양시의 모든 거리에 설치된 가로등과 불장식이 저녁 8시부터 밤 11시까지 보장돼야 하며 이 시간에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각 구역들이 맡아서 관리를 진행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주민들은 “조명용 전기 대신 가정들에 전기를 보내 아파트 집집마다 불이 환하게 켜지면 그것이 더 훌륭한 조명으로 되지 않겠냐”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이 체감하는 겨울은 다른 나라에서 체감하는 겨울보다 훨씬 더 춥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위도상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매우 부족한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는 아무리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도 공공시설은 물론 버스, 지하철, 심지어 공중화장실마저 따뜻합니다. 사람들은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지 않아 추위를 덜 느낍니다. 그러나 북한은 사무실, 공장, 학교와 병원 대학, 도서관 극장 등 어디 가나 난방이 안 되어 떨어야 합니다. 가장 따뜻한 유일한 안식처가 집인데 그마저 이렇게 난방이 어려우니 북한은 겨울에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 북한이 가장 추운 곳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