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법치주의
2019.12.30
12월 27일은 북한의 헌법절입니다. 북한에서 최초 헌법은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하면서 제정되었습니다. 북한은 1972년 이를 전면적으로 개정한 사회주의헌법을 발포하였고 이날을 헌법절로 정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헌법절이 돌아오면 북한헌법은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헌법이고 헌법에 의해 인민들의 자주적인 권리와 행복한 생활이 담보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법이 인민들의 자주적 권리를 보장하자면 법자체가 정의로워야 합니다. 그러자면 법 조항들은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법은 그렇지 못합니다. 얼마 전 북한 온성에서 중국 월병을 만들어 많은 돈을 번 가족이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추방되었습니다. 그는 가짜 월병을 생산했으며, 사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해서 월급을 주고 일을 시켰고 밀가루 밀수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 주민이 다른 나라에서 장사를 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될 것이 없었습니다. 월병을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지 죄로 될 수 없습니다. 돈을 주면서 사람을 고용했으니 일자리를 늘렸다고 평가를 받았을 것입니다. 밀가루가 포대째로 있었다고 해서 밀수로 규정했다고 하는데 법이 있는 사회라면 구체적 조사가 없이 밀수로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법은 그를 법위반으로 처벌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주민들은 시장경제를 통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을 조사한데 의하면 북한에서 60~70%의 사람들이 시장 활동에 참가하였고 소득의 70%를 시장 활동을 통해 벌었으며 85%의 돈을 시장에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1990년대 북한에서 사회주의 국영경제가 파산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30여 년 동안 주민들의 생계는 시장을 통해 보장되고 있습니다. 간부들도 시장에 붙어서 기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사회주의헌법은 여전히 사회주의경제제도를 법적으로 옹호하고 있습니다. 북한헌법은 생산수단은 국가 및 협동단체의 소유로,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유일한 경제형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시장 활동은 거의 다 법에 위반됩니다. 주민들은 법대로 살려면 굶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법을 위반해야 합니다. 법을 위반하면서도 단속되지 않는 방도는 법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뇌물을 고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보니 뇌물을 주고도 걸리게 됩니다. 이번에 처벌받은 주민은 국가에서 요구하는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권력에 전혀 무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운이 나빴던 것 같습니다.
법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사회주의헌법을 공포할 때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새헌법으로 바꾼다고 했습니다. 북한 법이 인민대중을 위한 법이라면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여 시장경제를 보호한다고 수정해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헌법을 ‘김일성 김정일 헌법’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북한의 법은 인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지도부를 위한 법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인민생활보다 현 체제를 유지하는데 더 중요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경제권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면 주민통제가 어려워집니다. 주민들을 통제하자면 경제를 지도부가 장악해야 하며 그러자면 사회주의경제라는 명목이 필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법을 수단으로 통치를 유지하지만 법의 역할은 국가마다 차이 납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법은 국가의 전횡을 막고 개인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습니다. 법적 통제는 주민보다 통치자에게 향해 있습니다. 통치자가 법이 아니라 자의에 의한 정치를 하면 법적 제재를 가합니다. 이를 법치주의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법치주의를 실현하자면 지금의 헌법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소수 지도부가 아닌 전체 주민들의 이익이 반영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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