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제6차 남북장성급회담 결렬에 대하여

전성훈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판문점에서 열린 제6차 남북장성급회담이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차기회담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결렬된 것입니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서해상에서의 충돌방지와 공동 어로수역 설정 문제 그리고 남북을 잇는 철도\x{ff65}도로 통행을 위한 항구적인 군사보장대책을 논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서해상의 문제는 “북방한계선”, 즉 NLL에 관한 문제를 말합니다. 저의 논평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아무런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상분계선”이란 것을 설정해놓고서, 남한 함선들이 이 선을 침범한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물론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번에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연결했을 때, 북한 군부가 철도\x{ff65}도로 통행을 위한 항구적인 군사보장대책에 반대해서 일회성 합의만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입니다.

3일간의 장성급회담은 결국 NLL 문제 때문에 결렬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억지 주장을 조금도 굽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 군부가 이번 6차 장성급회담에 임한 목적은 NLL 문제에 대한 남측의 양보를 최대한 이끌어내되, 여의치 않으면, NLL 문제를 다시 한 번 공론화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겠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북한군 대표단은 공동 어로구역 설정 문제에서도, 민족공동의 이익을 위해 가급적 합의를 이루려는 남측의 의사를 악용해서 NLL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습니다. 철도\x{ff65}도로 통행을 위한 항구적인 군사보장대책을 의제로 하는데 합의한 것도 실제로 북한 군부가 여기에 합의할 의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남측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NLL 문제에서 남한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미끼를 던졌습니다. 바로 북한군 대표가 남측이 평화체제 수립문제에서 행동으로 당사자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는 남한이 NLL 문제를 다루기를 회피한다면 이는 스스로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폭로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발언은 북한이 남한을 평화체제의 당사자로 인정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2주전에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북한과 미국 그리고 유엔이 참가하는 3자회담을 제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장성급회담의 북한군 대표가 한 발언이 한국의 참여를 거부한 판문점대표부의 담화내용을 뒤집는 다기보다는 남한이 솔깃할 수 있는 미끼를 던져서 남한을 유인하려는 전략이었다고 판단됩니다.

북한이 그 동안의 관례를 깨고 마지막 회의를 공개하자고 주장해서 결국 관철시킨 것은 NLL 문제를 국제문제화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북한 대표가 회의공개를 요구하면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그릇된 주장인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데서도 이번 회담에 임한 북한의 두 번째 중요한 목표가 회담을 선전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군 대표는 NLL이 기본적인 군사분계선이라는 남한의 주장은 당치않은 궤변이고, 냉전시대에 미국이 그어놓은 선을 고집하는 것은 90년대의 사고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야 말로 아전인수 격의 발언입니다. NLL은 한국전쟁 당시 해상을 장악했던 유엔군이 평화유지를 위해서 북한에 많이 양보해서 만들어진 선이고 북한도 수십 년 동안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잘 지켰던 선입니다.

90년대의 사고이건 2000년대의 사고이건 합의한 것은 지키고 약속한 것은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실입니다. 누가 궤변을 늘어놓고 있고 누가 시대에 동떨어진 사고를 하고 있는 지는 조만간 역사가 엄중하게 평가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