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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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이번 주말 호주의 시드니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협의체, 즉 APEC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따오 주석 그리고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 등 아\x{ff65}태지역의 정상들이 모여서 이 지역의 경제와 정치발전 그리고 평화 증진을 위한 회담을 갖는 것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지난 7월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태입니다. 이번 달 중순에 6자회담도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에 APEC 정상회담에서는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 간에 북핵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게 두 가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8월 30일 백악관에서 아\x{ff65}태지역의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한 말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먼저 최근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면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문제의 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지도자, 즉 김정일이라고 밝히고, 부시 자신은 이미 선택을 했으니 이제는 김정일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에게 핵 포기라는 결단을 내리도록 부시 자신이 직접 요구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이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리기만 한다면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북\x{ff65}미 관계개선 등 모든 현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북한 지도부에게 과시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두 번째 메시지는 APEC 정상회의에서 행한 그의 연설입니다. 이 연설에서 그는 자유가 아\x{ff65}태 지역을 많이 바꾸어 놓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북한을 첫 번째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이웃 국가들의 국민들과 같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북한의 민주주의와 북한 주민들의 자유화를 촉구한 것입니다.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두 메시지를 보면 현재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어떠한 정책을 펴고 있는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을 ‘북한의 지도자’로 호칭하면서 북한 지도부를 자극하는 말을 삼갔습니다. 독재자라든가 독재국가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곧 재개될 6자회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겠다는 배려로 보여집니다.

북한 지도자를 직접 거명하면서 그의 선택과 결단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혐오감을 갖고 있지만, 김정일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와 직접 상대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을 포기한 김정일 정권을 정치적으로 인정하고 북\x{ff65}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지난 2002년 2월 남한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북한 주민과 정권은 분리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 정권의 행태와 관계없이,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는 일은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이런 정신에 입각해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 해오고 있고, 이번 부시 대통령의 APEC 연설도 북한 주민들을 배려하는 평소의 생각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 정권은 부시 대통령의 두 가지 메시지를 받고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다는 첫 번째 메시지와 북한의 자유화, 민주화를 요구하는 두 번째 메시지는 분명히 상반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로에 선 북한 정권이 나가야 할 길을 어디일까요? 그들이 스스로 변해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시대의 대세를 따르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