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최악의 독재국가로 지명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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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지난 5일 선진 8개국 정상회담차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을 ‘최악의 독재국가’로 지명했습니다. 북한과 함께 최악의 독재국가라는 불명예를 얻은 다른 나라들은 미얀마, 쿠바, 수단, 짐바브웨이, 그리고 벨로루시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독재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이들의 자유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야만스럽게 억압받는 폐쇄된 사회이고,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 있는 형제, 자매들로부터 차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다시 독재국가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 일상적인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정세를 감안할 때,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핵문제와 연관시켜 보자면, 2.13 합의 이후 조성되었던 기대와 희망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습니다. 우선 많은 양보를 해서 북한이 핵 폐기의 길로 들어서도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인 자금 해제를 핑계로 합의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데 대한 좌절감의 표시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이미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 말에 있었던 아베 일본수상과의 회담에서 2.13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미국이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북한이 다시 최악의 독재국가 군에 포함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 미 관계정상화의 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을 미끼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루고자 하지만, 자국의 대통령이 최악의 독재국가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나라와 국교를 정상화하는데 미국 국민들이 찬성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그러한 발언을 다시 공개적으로 철회할 만큼 북한이 스스로 변화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반응도 관심사항입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호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경우 2.13 합의 이후 어렵게 조성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난 6일 북한이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발의 표시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2.13 합의를 계기로 남한 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까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도 걱정입니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 쌀 40만 톤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2.13 합의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즉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쌀을 제공한다는 것은 남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정권은 분단 반세기 동안 남한을 군사독재체재라고 비난하면서 남조선 인민들을 독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러한 명분하에, 각종 선전과 선동으로 남한 사회를 교란시켰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남한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민주주의도 완전히 뿌리 내린 나라가 되었습니다. 남한은 개발도상국 발전의 모델로 각국의 연구대상이 되었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시작한 ‘농촌개량사업’, 즉 새마을 운동은 이제 중국에서 조차 배우려고 하는 성공적인 사업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아직도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후진국 중의 후진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독재체제에서 군대를 우선시하는 선군정치를 하고 있으니, 오늘날의 북한정권이야 말로 과거에 자기들이 남한을 상대로 그토록 비난했던 군사독재체제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