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이번 주 한반도의 가장 큰 사건은 물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일 것입니다.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에서 평양까지 승용차로 방문해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여러 가지 중요한 합의를 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는 길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는 장면은 전 세계에 주요 뉴스로 타전되기도 했습니다.
사흘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정상회담 역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에 대한 민족의 열망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분단 상태에 있는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서로 만나서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귀중한 일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에 남과 북의 정상이 수시로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다음번 정상회담에서는 서울로 답방하겠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대합니다.
정상회담은 남과 북의 보통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정상회담 기간 중에 서로에 대한 많은 뉴스거리가 생기고 언론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보도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에 남한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김정일의 달라진 모습과 비밀스런 행보였습니다.
남한 언론들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7년 전과 현재의 김정일 모습을 비교해서 분석하는 기사를 많이 실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하는 법인 모양입니다. TV에 비친 김정일의 모습은 한 눈에 봐도 나이가 들고 수척해진 모습입니다. 7년 전과 비교할 때, 머리가 많이 빠졌고, 얼굴의 윤기가 없어졌으며, 눈가와 목덜미의 주름이 늘어진 모양이었습니다. 걷는 태도는 힘이 빠진 모습이었고, 4.25 문화회관 앞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할 때는 허리가 삐딱하게 기울어진 모습이었습니다. 김정일의 모습을 본 남한의 의사들은 김정일이 심장 계통의 수술을 받은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무엇보다 남한 국민들의 관심을 끈 것은 정상회담이라는 행사의 국제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함부로 일정을 바꾸는 등 김정일이 보여준 비밀스런 행보였습니다. 북한은 처음에는 노 대통령을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에서 영접하겠다고 했다가, 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는 중간에 인민문화궁전으로 바뀔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에는 4.25 문화회관 앞에서 행사를 열었습니다.
남한의 언론들은 김정일의 신변안전을 위해서 행사장을 수시로 변경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가 간의 수뇌회담과 마찬가지인 남북 정상회담의 첫 상견례 자리를 남한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함부로 바꾸는 태도는 국제적인 상식이나 동양의 예의범절 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막 평양으로 향하고 있는 남한의 방문단에게 까지도 비밀로 하면서 행사장을 바꿔야만 한다면 현재의 김정일 체제가 지극히 불안하고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얘기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김정일이 서울로 답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를 알 만 하다는 남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기 땅인 북한에서조차 신변불안 때문에 정상 간의 상봉 장소를 수시로 바꿔야 할 상황인데 어떻게 남한까지 올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이 서울에 오게 되면 남한에서 반 김정일 데모가 일어날 텐데, 이런 모습이 TV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서울에 오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합니다.
제2차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보여준 결례는 또 많습니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간에 정시에 열리지 못하고 20여 분씩 일찍 혹은 늦게 열렸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노 대통령에게 일정과 달리 하루 더 머물라는 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분 단위까지 쪼개서 일정을 짜는 정상회담의 관례에 어긋나는 결례임이 분명합니다. 북한의 지도부가 보여주는 행태는 남한 주민들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변화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상식에 맞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지원에 대한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가능할 것입니다.
